[기고] 김천기 청주시 산림관리과 주무관

6월의 산은 울창하고 녹음이 짙다. 주말에 비도 오고 해서 오랜만에 산불위험의 고단함을 피해 낙가산으로 등산을 하러 갔다. 뿌듯한 마음을 갖고 예전에 내가 정비했던 등산로를 지나가는 길에 2017년 산사태 담당자였을 때 복구했던 두 군데의 사업지를 보며 당시를 회상하게 됐다.

2017년 7월 16일은 내 아이들의 생일보다도 더 내 뇌리에 각인돼 있다. 그날 새벽부터 정말 무섭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일요일 새벽 4시쯤에 출근하여 순차적으로 산사태 주의보와 경보를 발령하고 청주시민에게 긴급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시간당 91.8㎜의 기록적 폭우가 내렸다. 여기저기서 토사와 나무가 쓰러져 도로가 폐쇄되고 미원면 담당자는 피해 조사를 하러 갔다 고립되어 간신히 피신했다는 보고를 들으면서 민원처리를 하는 와중에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전화를 잇따라 받았다. 2011년 서울의 우면산 산사태 인명피해 이후 우리 시에서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생각에 담당자로서 마음이 숙연해졌다.

비가 그친 후 복구 과정은 자연과의 싸움이 아니라 사람과의 싸움이었다. 이듬해인 2018년 12월까지 120여 개소의 산사태 정비를 하면서 중앙정부에 복구를 위한 국비확보 노력, 무리한 추가 복구공정 요구나 대상지가 아닌 곳의 복구 요구 등 다양한 민원, 이로 인한 민사소송 및 각종 감사, 경찰 조사 등 다양한 과정을 경험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과정과 경험들이 2020년에 20여 일간의 긴 호우로 인해 발생한 산사태를 원활하게 복구할 수 있었고, 타 지자체에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조언도 많이 한 것 같다.

산사태를 유발하는 원인은 크게 소인과 유인으로 구분하는데 소인은 간접 영향으로 경사도, 사면 길이, 모암 등이 있으며 직접적 영향인 유인으로는 지진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강우가 가장 큰 유인이다. 그 당시 우리 시의 강우 특성은 30일 동안 누적 강수량이 684㎜, 당일 일 강수량은 261㎜로 나타났으며 3일 누적 강수는 309㎜로 재현 기간 20년 확률 강수량 291㎜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보면 단순히 당일의 최대시우량 91.8㎜의 영향도 있었지만 6∼7월 우기 동안 강우 패턴을 잘 모니터링해 산사태에 능동적으로 대비해야 할 것이다.

김천기 청주시 산림관리과 주무관
김천기 청주시 산림관리과 주무관

산림관리과에서는 봄철 산불이 끝나는 6월 1일부터 10월 15일까지 산사태 대책 상황실을 마련해 운영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긴 장마와 함께 국지성 호우, 여러 개의 태풍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팀 새내기 산사태 담당자는 비가 오면 걱정되겠지만, 2017년 집중호우로 발생한 산사태 경험을 토대로 산림관리과는 수해에 대한 예방뿐 아니라 복구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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