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 잔]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2019년에 미국에서 팔린 음악을 담은 매체별 기록은 LP(Long Play) 1천920만 장, CD(Compact Disc) 4천650만 장, 앨범 전체 다운로드 4천20만 장, 1곡만 다운로드 3억3천530만 곡이다.

LP의 경우 역사적 피크는 1977년으로 한 해 동안 3억4천140만 장이 판매됐으며, 카세트테이프(Cassette Tape)의 경우는 1988년으로 한 해 동안 4억5천10만 개가 판매됐고, CD의 경우 1999년 3억3천890만 개를 판매하며 피크를 맞이했다.

정리해보면 1977년이 LP의 최전성기였고, 1988년이 카세트테이프의 최전성기, 1999년이 CD의 최전성기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LP와 카세트테이프가 공존하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을 때 학창 시절을 보냈다.

LP는 복사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원본이라는 생각이 강했고, 카세트테이프는 복사가 가능했기 때문에 그만큼의 애정을 두지는 않았던 기억이 있다.

어떤 친구들은 LP를 사서 개봉한 후 공테이프에 녹음해 카세트테이프로만 음악을 듣고 엘피는 소중하게 잘 보관만 하던 친구들도 있었는데, 그만큼 LP가 주는 원본이라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필립스(Philips)와 소니(Sony)에 의해 개발된 CD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음반 판매 회사에서는 더 적은 제작비용이 드는 데다 판매가격도 높게 받을 수 있는 매체인 CD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고 한다.

더구나 휴대나 보관이 간편하고, 시간이 지나도 음질이 변하지 않는다는 점은 LP가 가지고 있던 '원본'이라는 이미지를 빼앗아 가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의 마음이 LP에서 CD로 무게중심이 기울어졌을때 CD를 복사할 수 있는 공시디(CD-R)가 일본의 다이요유덴이라는 회사에서 개발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중적으로 보급되기에 이르렀다.

LP는 이미 버림받았고, CD는 복사가 가능해지면서 원본이라는 이미지가 사라졌다. 그러면서 더 이상 음악을 담고 있는 매체들을 소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게 됐다.

얼마든지 복제가 가능한 CD를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사서 CD장에 모으기가 싫어진 것이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음반 산업의 영화도 언제부터인가 모두 음원 시장에 자리를 내주었다.

2005년에는 우리나라에서 마지막까지 LP공장을 가지고 있던 서라벌레코드가 폐업했고, 2015년 말이 되면 세계 최초로 공시디를 개발했던 다이요유덴사도 결국 광 매체 사업에서 철수하게 된다.

그리고는 한동안 음원을 모으는 사람들이 있었다가 인터넷 환경이 좋아지면서 대부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게 됐고 음원을 모으던 사람들도 사라졌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몇 년 전부터는 다시 LP를 모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담고 있으면서도 무한 복제되지 않는 매체에 대한 그리움, 원본을 소유하고 있다는 뿌듯함인지도 모르겠다.

버림받았던 것들을 어느 순간 다시 찾게 되고, 중요했던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세상은 돌고 돈다.' 역사는 그것을 우리에게 이야기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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