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정영찬 보령소방서 소방행정과

김범석 소방관은 2014년 6월 23일, 31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칠 때까지 7년 9개월간을 소방관으로 헌신했다. 재직 중 혈관육종암이라는 희귀병을 얻었지만 공상이 불승인되면서 5년간의 법정소송 끝에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재직당시 그가 재난현장에 출동한 횟수는 1천21건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당시 "의료기관이 밝혀낼 수 없는 분야라면 그 책임이 국가의 몫이어야 하지, 가장을 잃은 유족에게 입증의 책임을 지우는 것은 이중의 고통을 주는 일"이라며 울먹였다. 당시 공단은 질병이 의학적 근거가 없고 발병원인과 경로가 공무와 직접적인 인과성을 입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당사자가 입증책임을 져야 하는 질병과 관련, 지난 해 여야 국회의원 28명이 공무원 재해보상법 일부개정안인 일명 '공상추정법'을 발의했다. 재난·재해 현장에서 화재진압, 인명구조·구급 등 활동에 3년 이상 종사한 공무원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질병에 걸리는 경우, 공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음을 입증하지 않는 한 공무상 재해로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통상 공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를, 특히 과학적으로도 원인을 찾기 힘든 경우 전문가가 아닌 개인이 입증 책임을 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으며 자칫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 수 밖에 없다. 공상추정법은 이런 입증책임을 개인이 아닌 국가가 지도록 함으로써 당사자와 유가족들의 심적, 경제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힘이 될 수 있다.

정영찬 보령소방서 소방행정과
정영찬 보령소방서 소방행정과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故 김범석 법'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됐지만 아쉽게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 21대 국회에서는 공상추정법이 국회 소위에 계류중에 있고 입법화를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있다. 위험한 재난현장에서 원인 모를 질병이 누구에게나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만큼 공상추정법의 완전한 법제화가 필요하다. 합리적인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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