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행정이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투명해야 한다. 올바로 집행이 되도록 주민들이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치단체가 주민의견 수렴을 무시한 채 사업을 추진했다가 각종 부작용을 낳고 낭패를 겪는 일을 자주 접하게 된다. 밀실행정이 낳은 결과다.

충주시는 살미면 문화·재오개리와 목벌동 일원에 대규모 중원종합휴양레저타운을 조성한다며 민간투자자를 공모하고 지난 2월 원익컨소시엄을 예비사업자로 선정했다. 원익컨소시엄은 오는 2025년까지 2천억여 원을 투자해 호텔과 리조트, 마리나시설, 생태뮤지엄, 전망대, 치유정원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실행력 담보를 위해 예비사업자 선정 이후 60일 이내에 사업비의 3%에 해당하는 60억 원의 사업이행보증금을 납부하기로 약정했다. 그런데 최근 납부 여부를 알기 위해 시 담당자에게 물었더니 "그 문제는 내부 정보이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사업이행보증금 납부 여부가 어떻게 내부 정보냐"고 따져 물었지만 담당자는 "죄송하지만 알려드릴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담당부서 과장에게 재차 물었지만 그 역시 "회사 측과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해 외부에 절대 말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알려드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기가 찰 노릇이다.

사업이행보즘금은 사업시행자가 사업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하는 일종의 담보 성격이다. 시는 시민들에게 이를 보고해야 할 당연한 의무가 있다. 사업 추진에 대한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도 그렇다.

밀실행정은 의혹을 낳게 된다. 특히 민자관광사업을 유치했다고 여러차례 변죽을 울렸다가 번번히 무산돼 신뢰가 땅에 떨어진 충주시로서는 더욱 이를 유념해야 한다. 수안보에 신축한다던 특급호텔과 탄금호에 띄운다던 태양광유람선은 감감무소식이고 수안보 구 와이키키호텔도 소유자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청사진만 제시했다가 무산되기를 번복하고 있다.

충주세계무술공원에 조성한다던 쥬라기킹덤테마파크는 추진조차 못한 채 무산됐다. 주민의견 수렴없이 추진해 개장 이전부터 말썽을 빚었던 충주라이트월드는 각종 문제점을 야기해 결국 문을 닫고 흉물로 변해버렸다. 라이트월드 투자자와 상인들은 충주시와 생존권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날이 갈수록 격화돼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하고 있다.

민자관광을 유치했다는 충주시의 발표는 거의 '양치기 소년' 수준으로 신뢰는 이미 바닥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내부정보라서 안된다"며 사실 확인조차 거부하는 시 담당자의 대답은 궤변 중의 궤변이다. 시가 하는 일에 대해 시민들은 그저 눈감고 귀닫고 있으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충주시는 그동안 밀실행정이 얼마나 큰 부작용을 낳게 되는지 여러차례 경험해 놓고도 또다시 같은 모습을 되풀이하고 있다. 행정이 투명해야 시민의 눈과 귀가 열리고 공무원이 시민을 두려워하게 된다. 충주시는 그동안의 아픈 경험들을 다시 한번 곱씹어보길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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