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김영식 독자권익위원

코로나19는 우리 인류에게 따끔한 회초리로 공존의 방식을 가르쳐 주고 있다. 지구 생태계의 최고 포식자이면서 과학기술의 힘으로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우리의 오만함에 일침을 가해주었다. 수 세기에 걸친 인류의 자연 파괴는 수많은 생물종의 멸종을 초래했고, 온갖 오염물질로 지구가 몸살을 앓도록 만들었다. 생태계 파괴, 기후변화,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은 공존의 법칙을 위반하면서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지금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19는 야생동물을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 들게 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자연 파괴로 야생동물들이 서식처를 잃게 되고, 야생동물들을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인간의 탐욕이 그들에게 있던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옮겨 들게 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2015년 온라인 지식 콘퍼런스 테드(TED)에서 "앞으로 수십 년 내에 1000만 명 이상을 죽게 만드는 것이 있다면 그건 전쟁보다는 높은 전염성을 가진 바이러스 질병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빌 게이츠는 강연에서 재정 투자를 통해 백신을 개발하고 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하여 전염병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는 국가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시스템은 빈곤한 나라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우리 인류가 바이러스를 극복하고 공생(共生)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존(共存)하고 있는 모든 나라들이 함께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역설적이게도 우리에게 공존의 시대를 초래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국경폐쇄, 해외여행 제한 등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모두가 연대하여 대응하고 있고, 백신 생산국들은 다른 나라들과 백신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코로나 종식을 통한 '세계인'으로의 회복을 목표로 모두가 함께 힘을 모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지구상에서의 공존과 세계 속에서의 공존, 대한민국에서의 공존의 의미를 배우고 있다. 인간들끼리의 공존뿐만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 결국 우리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걸 제대로 실감하고 있으며, 벌써부터 세계는 친환경, 그린 에너지를 외치며 자연과의 공존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공존의 법칙은 우월한 인간인 우리가 자연을 지배하고 통제하고 조작할 수 있다는 오만함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자연을 이해하고 배우며 그리고 멸종과 파괴가 아닌 공존하는 방법으로 지구상에서의 삶을 살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인간들의 뛰어나 지혜와 지식은 자연을 회복하고, 자연과 이로움을 함께 나누고, 자연과 공생하는데 쓰여 져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한국 헌정사에 첫 30대 제1야당 당대표가 당선되면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역사적인 사건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정치권을 비롯하여 사회 곳곳에서 세대교체를 이야기한다. 여러 세대가 공존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세대를 교체할 수 있을까? 30대 제1야당의 당대표가 있는 정당에서는 6,70대 정치인들은 사라져야 세대교체인가? 한 조직의 주된 의사결정을 하는 그룹이 2030이면 세대가 교체된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세대교체가 아닌 건가? 국어사전에서 '세대교체(世代交替)'를 찾아보면 '구세대를 대신하여 신세대가 어떤 일의 주역이 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어떤 일의 주역이 된다는 것은 하나의 조직에서 의사결정의 영향력이 있고, 조직의 미래 방향을 설정하는데 그들의 의견이 주로 반영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세대교체의 목적이 달성될 수만 있다면 반드시 세대가 교체되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역으로 세대가 교체되었다고 해서 꼭 세대교체의 목적이 반드시 달성 된다고도 장담할 수 없다.

정당, 회사, 시민단체 등 어떤 조직이든 세대교체를 이야기하는 것은 변화를 추구하는 욕구의 표현이다. 기존의 사고의 틀을 벗고 새로운 변화에 조직이 적응해야 한다는 요구가 바로 세대교체라는 말로 표현된 것이다. 어떤 조직이건 나이로 구분하건 신분으로 구분하건 무 자르듯이 어느 한 그룹을 잘라내어 버릴 수는 없다. 그건 결국 조직을 두 동강나게 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 간에 치열한 전쟁을 치르며 피를 흘릴 수밖에 없다. 변화에 대한 적응은 고사하고 변화 속에서 조직의 생존 자체가 어렵게 된다. 세대교체를 이야기하기 전에 세대교체를 통해 추구하려는 조직의 목표를 이야기하는 것이 먼저다. 그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논하는 것은 그 다음 단계이다. 그 중에 하나의 방법이 소위 세대교체이다.

조직 내에 공존(共存)하고 있는 세대들 간에 공생(共生)을 위한 치열한 고민과 목표의 공유(共有)가 이루어진다면 이미 그 조직은 세대교체를 넘어 세대공존을 통한 변화를 달성할 준비가 되어 있는 조직이다. 지구상에서 우리 인간이 저지른 과오는 자연과의 공존의 법칙을 위반한 것이다. 지구 생태계 모든 종들은 궁극적으로 평온하고 안전한 개체의 삶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인간은 자신의 편안함과 쾌락을 위해 이기적인 방식으로 목표를 추구하면서 다른 구성원들로부터 공격을 받는 상황에 처했다. 인간의 멸종, 지구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작금의 상황은 분명 인류에게 심각한 위기가 분명하다.

김영식 독자권익위원
김영식 독자권익위원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공존(共存)의 법칙은 무엇일까?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다름에 대한 인정이다. 한 인간과 다른 인간의 개인 간의 다름, 5060과 2030의 세대 간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세대 간의 다름을 인정할 때 변화에 대한 서로의 태도를 이해하게 되고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기 위해 마주 앉을 수 있다. 공존을 위한 두 번째 원칙은 외부의 변화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이다. 외부 변화에 대한 주관적인 인식은 변화에 대한 태도에서 밥그릇 챙기기로 비춰지게 되고 세대 간의 갈등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외부 변화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조직에 미칠 영향을 냉정하게 진단하는 것은 조직 변화의 최우선 과제이다. 세 번째 원칙은 세대 간 공유할 수 있는 목표의 수립이다. 특정 세대의 입장만 반영된 목표라면 목표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교체'를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모든 세대가 함께 토론과 논쟁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용광로처럼 뜨거운 치열함이 있겠지만 상호 존중과 냉정함은 다양한 가치들을 하나로 녹여낼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느 세대도 소외됨이 없는 조직변화의 동행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경험과 경륜, 누군가의 참신함과 모험심은 모두 새로운 변화를 대비하여 조직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해답을 찾는 실마리가 된다. 공존의 시대, 자연과의 동행처럼 이제는 세대교체가 아닌 '세대동행(世代同行)'을 외쳐보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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