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우리는 공급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제공 하겠다'는 기업들이 자고 일어나면 생겨난다. 코로나 19 영향에도 불구하고 신설 기업은 오히려 늘었다. 2020년 창업기업은 약 148만 개다. 지난 2016년 119만 개, 2018년에는 134만 개로 꾸준히 늘고 있다. 반면 10곳 중 4곳은 1년도 되지 않아 폐업하는 것이 현실이다.

시장에도 돈이 많다. 감염병으로 인한 경제 쇼크를 막기 위해 처방된 재정부양책은 시쳇말로 '깜놀' 수준이다. 2021년 5천350조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보유한 미국은 50%에 가까운 2천500조원을 풀고 있다. 3천789조원의 예산을 집행 중인 중국은 한 술 더 떠, 두 배가 넘는 8천800조 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 중국과 비교해 다소 차이가 있지만 올 예산의 18%에 가까운 금액을 경제살리기에 쏟고 있다.

다행히 '정책 서프라이즈' 덕분에 나라별 봉쇄령에도 금융시장의 '패닉'은 급속히 호전되고 있다. 미국은 2000년 이후 노동자의 이직률이 최고치다. 일반적으로 경기침체기에는 이직이 낮고, 호황기에는 올라가는 것을 볼 때, 고용시장에서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과도한 실업수당'과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로 일시적인 요인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뚜렷한 것은 제로 수준의 금리와 대규모 자금 방출로 '급한 불'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는 점이다.

시장이 위기에 직면하면서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자, 정부가 인위적으로 돈을 풀었더니, 시장에서 소비가 증가하고, 이는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져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맞아가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공포가 크지만, 동시에 기업의 성장도 커졌다.

이를 대변하듯 기업의 가치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6월 기준 세계 시가총액 1위는 애플(2천400조원)이다. 뒤를 이어 마이크로소프트(2천100조원), 아마존(1천900조원), 알파벳(1천800조원), 페이스북(1천조원) 등의 순이다.

국내는 삼성전자(480조원), SK하이닉스(90조원), 카카오(68조원), 네이버(65조원), LG화학(58조원) 등의 순이다.

국내외 모두 코로나 19 이전과 비교해 월등히 높아졌다. 기업의 성장성이 커진 것도 있지만, 차고 넘치는 통화량을 기업이 흡수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다. 신용을 마구 찍어서 인위적인 살려낸 시장이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까? 자산시장은 초호황이지만 실물경제는 여전히 차가운 것이 현실이다. 머지않아 각국의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회수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국가는 '산업구조' 개혁을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 기업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대책 마련에 고심이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여러 방안 중 수익성을 우선 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시기가 빨라지고 있음을 체감한 것이다. 가계는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늘어나는 가계대출에 출구 찾기에 분주해 보인다.

그렇다면 돈이 차고 넘치는 시대에 '본질적인 가치'란 무엇일까?

얼마전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토큰)를 통해 트위터 CEO 잭 도시(Jack Dorsey)의 첫 트윗이 290만 달러에 낙찰됐다. 'just setting up my twtter'라는 한 줄의 댓글이 32억의 가치로 팔렸다.

구찌(GUCCI)는 지난 5월 말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디지털 전용 가방 '디오나서스 백'을 4천115달러에 선보였다. 현실에서 가질 수도, 메지도 못하는 가방이 465만원에 거래된 것이다. '로블록스'는 최근 기업공개에 성공한 미국 뉴욕 증시에서 약 43조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소니는 '포트나이트' 제작사 에픽게임즈에 2천800억 투자해 지분 1.4%를 사들였다. 네이버 제트가 만든 '제페토'에는 빅히트와 YG엔터테인먼트가 120억원, JYP엔터테인먼트도 50억원을 투자 했다.

기업을 이끌어가는 경영자가 가장 우울할 때는 언제일까? 호황기에 경쟁기업들이 모두 '초고속 성장'하고 있는데 나만 '성장'하고 있을 때'라고 한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나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이 집을 사거나, 주식 투자나 가상화폐로 큰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들릴 때 상실감이 가장 크다.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다시 한 번 더 "돈이 차고 넘치는 시대에 '본질적인 가치'란 무엇일까?"

4기 암 선고를 받고도 치료 대신 글쓰기를 택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말속에 해답이 있지 않을까? "사람들이 정한 방향으로 360명이 한 방향으로 달릴 때 1등부터 360등까지 정해지지만, 내가 정한 방향으로 뛰면 360명 모두 1등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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