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영상위, 서울환경영화제 대상 수상기념 '봉명주공' 상영회

제18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대상에 이어 관객심사단상까지 2관왕에 오른 영화 봉명주공의 김기성 감독. / 이지효
제18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대상에 이어 관객심사단상까지 2관왕에 오른 영화 봉명주공의 김기성 감독. / 이지효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대학에서 환경 조각과를 나오고 그동안 미술 작가로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작업을 했었는데 이것은 영화로서 사라져가는 것들을 다른 표현 방식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온 사방에서 나는 기계톱 소리, 포크레인 소리를 여러분들도 들으셨겠지만 30년 넘게 그곳을 지키던 나무들이 베어져 나갈때 제 몸이 부러지는 것처럼 아팠습니다."

제18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대상에 이어 관객심사단상까지 2관왕에 오른 영화 '봉명주공(감독 김기성)'의 김기성 감독 말이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이 운영하는 청주영상위원회(이하 청주영상위)는 지난 24일 김수현드라마아트홀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봉명주공' 상영회를 진행했다.

이날 상영회는 변은영 청주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소속의원들과 영화전공학생, 시민, 언론 등 40여명이 함께했다.

봉명주공의 김기성 감독과 스태프들이 지난 24일 김수현드라마아트홀에서 상영회 이후 감독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이지효
봉명주공의 김기성 감독과 스태프들이 지난 24일 김수현드라마아트홀에서 상영회 이후 감독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이지효

재개발을 앞둔 청주의 1세대 아파트 봉명주공을 두고 흘러가는 사계절의 시간과 정든 터전을 뒤로한 채 떠나가는 주민들,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켜왔지만 철거를 앞두고 맹렬한 전기톱 소리에 하릴없이 밑동이 잘리고 쓰려져버리는 나무들, 그리고 그 변화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기록해가는 사람들까지. 83분의 러닝 타임 동안 관객들은 때로 웃음을 터트리기도, 때로는 안타까운 한숨을 내뱉기도 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봉명주공과 작별했다.

영화 '봉명주공'을 통해 청주에 이런 곳이 있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는 시민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청주를 보게 해줘 고맙다"며 "봉명주공처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져가는 풍경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감상평을 남겼고, 영화 속에 등장하기도 했던 봉명주공 주민은 "이제는 그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영화 속에 우리의 시간과 공간들을 담아줘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변은영 청주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위원장 역시 "오늘 영화를 보고 벅찬 희망감과 함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고 앞으로 도시의 개발과 발전에 있어 청주시와 청주시의회가 어떤 방향으로 고민하고 노력해야할지에 대한 과제를 준 것 같다"며 "좋은 작품을 위해 청주영상위가 더 해야할 것은 없는지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한 시민은 "둥지가 있던 나무가 전기톱에 쓰러져버린 뒤에도 좀처럼 나무 곁을 떠나지 못하는 새들을 보면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마음이 내내 먹먹했다"고 소감을 밝히며 김기성 감독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기성 감독은 "상업영화도 아닌 다큐멘터리 영화가 완성되고 영화제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청주영상위의 지역 영상 제작지원 사업 '씨네마틱#청주'덕분이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왕민철 프로듀서는 "지역의 영상 제작자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고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역영상생태계가 더욱 건강해지길 간절히 기원하겠다"고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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