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윤희 수필가·충북수필문학회장

온 누리에 생명이 살아 움직이는 소리가 가득 넘친다. 6월, 누리달이다. 연록의 이파리들이 장성하여 푸른 혈기가 돌 무렵, 생거진천의 역사 인물도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지역 선인들의 삶을 통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찾아보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는 과거의 역사 위에 오늘을 새로 써나가는 일, 미래의 역사다. 그 일을 진천군 여성단체에서 해 보겠단다.

'그녀들의 감성 아카이브'란 이름을 내걸고 강의 요청이 왔다. 지난해 진천군립도서관 상주작가 프로그램에서 '문학으로 본 생거진천 역사인물'을 다루어 온 터라 반가운 마음으로 받았다. 문화재 해설사와 둘이 6회 차를 진행했고, 7월 1일 현장 탐방을 앞두고 있다.

삼국을 통일한 김유신과 그를 대왕으로 키워낸 어머니 만명 공주의 사랑 이야기에 귀를 모은다. 왕가의 신분을 버리고 몰락한 가야의 후손 김서현 장군을 따라나서지 아니했다면 어찌 김유신이 진천에서 태어날 수 있었겠는가. 여성의 위대한 사랑의 힘이 위대한 인물을 만들어 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 황실 장교이자, 항일 투쟁가 신흥무관학교 교관인 동천 신팔균 장군과 공동운명체가 된 간호사 임수명 여사의 사랑 이야기는 마음을 애잔하게 만든다. 간호사의 직분을 버리고 험난한 독립군 아내의 길을 택한 그녀의 서른 살 일생이 눈물겹다.

독립운동가이며 교육자였던 고종황제의 특사 보재 이상설, 그의 일생 또한 한편의 드라마틱한 우리의 산 역사다. 구한말 마지막 과거급제자로 신.구 학문에 능통했던 천재, 지난했던 삶이 비로소 산직마을로 돌아와 쉼에 들어 있다.

딸과 아들의 이름에 조국을 담아 부른 망명 작가 포석 조명희 역시 한국 문단에 큰 획을 그은 작가요 독립운동가다. 조명희 문학관에서 그의 일생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시·서·화 삼절로. 김홍도를 길러낸 문인화가 강세황, 양반가 출신으로 조선, 아니 한국 화단에 새 지평이 된 그의 영혼은 문백면 도하리에 잠들어 있다.

가사 문학의 대가이며 정치 풍운아 송강 정철과 강아와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졌다. 서울에서 태어나 소년 시절 담양에서 자랐고, 강화도에서 생을 마감한 그가 어찌하여 진천의 역사 인물이 되었을까.

생거진천의 역사인물로 안내판에 소개되어 곳곳에 서 있는 분들이다. 초등학교 앞 도롯가, 종박물관, 농다리, 만뢰산생태공원 등 주요한 곳에 설치되어 있지만, 무심히 스쳐 지나곤 했던 이들을 만나는 현장이 뜨겁다. 선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고, 진천의 명소를 영상으로 만들어 홍보하며, 역사가 될 오늘을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포부다.

김윤희 수필가
김윤희 수필가

'아카이브' 란 사전적으로는 정보를 기록, 보존해 놓기 위해 파일을 모아 놓은 '기록 보관소' 또는 '기록을 보관소에 보관하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녀들의 아카이브에 기대가 모아진다. 먼저 간 이들의 삶을 통해 오늘을 아카이빙하려는 여성들, 깨어 있는 인식에 박수를 보내듯 성하의 녹음이 짙푸른 열정을 보내고 있다. 오래전부터 지역의 역사 인물과 문화재를 찾아다니며 수필로 풀어내던 작업이 혼자만의 일이 아닌 것 같아 반갑다. 그녀들의 동행이 든든하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