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출범 전부터 난산(難産)을 거듭한 충북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오늘부터(7월1일) 자치경찰제가 본격 시행된다. 시범운영 기간이 한달에서 석달 정도였던 만큼 제도의 안착이 쉽지 않을 듯 싶다. 그러나 업무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라서 당장 큰 혼란이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떨어져 보인다. 결국 한동안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민생치안은 자치경찰, 다른 경찰업무는 국가경찰이 처리하는 모습이 뿌리를 내릴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이르기까지 험난한 과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제도적 미비와 운영상의 과제가 분명해서다.

관련 조례 제정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지금의 자치경찰제는 무늬만 자치다. 조직 자체가 국가경찰 중심의 옛 체제 그대로인데다가 이원화 추진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하다. 더구나 이를 뒷받침할 재정문제도 허점투성이다. 일단 자치경찰 조직을 두게 된 지자체에서 떠안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언제 어떻게 풀어나갈 지 방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조례문구 다툼에서 확인된 것처럼 자치권의 정립은 더 요원하다. 헌법 보장 등을 따지자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일정부분 감수하고 제도정착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지원 근거도 없고, 재원 대책도 없이 재정적 부담만 주는 기형적 제도라면 서둘러 손을 봐야 한다. 자치경찰제 시작에 앞서 지역마다 문제제기가 됐어야 하지만 대부분 시·도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안정적인 출범을 염두에 뒀을 수도 있지만 선출직으로서 경찰에 밉보일 짓을 하기 싫어서 일수도 있다. 자치경찰제를 놓고 인사권 등 표와 직결된 부분에 더 많은 눈길이 갔을 것이란 얘기다. 제도적 문제점과 이에 대한 보완보다는 자치경찰제를 집권에 유리한 쪽으로 어떻게 끌고 가느냐가 우선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그만큼 경찰조직이 주민과 직결됐고, 민심에 끼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지자체별 자치경찰제의 전망이 계속 맑음이기 어려운 까닭도 여기에 있다. 반면 실권없는 자치경찰위원회의 지휘를 경찰쪽에서 거부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제도 분리가 덜 된 상황에서 강제할 방법이 없어 갈등으로 이어질게 뻔하다. 자치경찰제 안착에 맞춰 국가경찰과의 업무경계도 확실하게 정리해야만 한다. 자칫 업무표류로 인한 책임 떠넘기기가 생길 수 있다. 이럴 경우 그 피해는 전적으로 주민들의 몫이다.

주민친화적 민생치안이나 지역적 관점의 업무 수행 등 자치경찰의 장점은 분명하다. 갈길이 멀고 힘들어도 가야만 하는 까닭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자치경찰 사무마저 국가경찰이 집행하는 체제는 하루빨리 종식돼야 한다. 먼저 이원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서둘러야 한다. 준비부족으로 인한 혼란은 지금으로도 충분하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한다. 나아가 주민들의 안녕을 위한 사회문제 해결에 일조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 이런 기대 때문에 적지않은 우려에도 자치경찰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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