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19의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자연 생태계와 힐링을 찾는 발길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관계에 얽매였던 생활을 '자신'을 중심으로 다시 정립하게 만들었고 이런 추세는 어느덧 사회적 흐름이 됐다. 활동 폭과 여건이 제한됨에 따라 나홀로, 나만을 위한 선택의 기회가 크게 늘었다. 이런 까닭에 여행과 관광도 사람들을 벗어나 자연을 찾고, 일정(日程)보다는 휴식을 원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같은 배경속에 잊혀지고, 가려졌던 자연 명소가 복원돼 주목을 받게 됐다.

며칠전 충남 서천의 동백정해수욕장 복원공사가 시작됐다. 한때 우리나라 4대 해수욕장으로 꼽힐 만큼 손꼽히는 비경을 갖췄지만 바로 거기에 서천화력발전소가 지어지면서 사라졌다. 개발과 건설의 광풍(狂風)에 자연경관은 그 가치를 잃었고 보존과 생태는 무력했던 것이다. 하지만 1984년 건설된 화력발전소가 33년간의 가동을 멈주고 지난 2017년 폐쇄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생태계에 큰 부담을 줬던 화력발전의 멈춤과 동시에 생태계 복원의 길이 열린 것이다. 바로 그 사업이 이제 첫 삽을 뜬 것이다.

발전소 폐쇄이후 쓰임새가 없어진 발전소 부지를 원래 모습대로 되돌려 놓는 게 주요 내용이다. 2023년까지 3년간 650여억원이 투입돼 27만2천300㎡를 복원한다고 한다. 예산이나 면적 등을 볼때 환경복원을 내용으로 하는 사업치고는 상당한 규모다. 매립층을 파내고 해수욕장을 복원한 뒤 추가로 전망대, 생태공원 등의 부대설비를 설치할 계획까지 마련됐다. 예상대로 라면 천연기념물 169호인 서천 마량면 동백나무 숲과 동백정을 안은 명품 해수욕장이 다시 태어나게 된다. 지역을 떠나 국민 모두가 박수칠 일이다.

서천 동백정해수욕장 복원사업은 기본적으로 화력발전을 접는 에너지 전환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그 방향과 방법이 자연의 복원이라는 점에서 지금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와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 사업이 자연의 소중함을 깨우치는 계기가 되고, 이 곳이 그런 공간이 돼야 한다. 최근 전국 유명 관광지마다 출렁다리에 이어 모노레일 설치 열기가 뜨겁다. 환경훼손 우려가 큰 케이블카에 비해 비용은 적고 설치가 용이하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충북 보은 속리산은 이미 합류했고 괴산 산막이옛길은 계획중이다.

한때의 인기에 편승해 무분별하게 설치되는 시설물들은 자칫 골칫거리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천혜의 환경을 갖춘 관광지라면 그 피해는 더 클 수 밖에 없다. 당장의 달콤함에 취해 앞으로를 망각해서는 안된다. 모노레일을 철거해야 할 시점이 됐을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계획단계부터 신중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설치할 수 있다. 그렇지만 복구가 불가능하거나, 훼손 정도가 심하다면 재고해야 마땅하다. 이미 저질러졌다면 여파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비록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나중에 박수받을 선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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