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권오중 시인·가수

예로부터 인자(仁者)는 산을 좋아하고 지자(智者)는 물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산은 모든 것을 포용하기 때문에 인자(仁者)는 산을 좋아 하고, 물은 막힘이 없이 흐르기 때문에 지자(智者)가 좋아하나 보다. "산은 산이요,물은 물이로다"라고 설파한 성철스님의 지혜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우리가 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이 좋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숨에 산의 정상에 오를 수 없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쌓이고 쌓인, 즉 땀과 노력의 결과에 의한 산물이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급하게 서두르는 경우가 많다. 무엇이든 빨리 성취하려고 든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이 생기고 불법이 야기되고 있다. 또한 산의 정상에 올라 바라보노라면 세상의 온갖 명리는 한갓 헛된 것 같아 보인다. 이 무한대의 자연 속에서 나라는 존재는 얼마나 미미하고, 영겁(永劫)의 시간 속에서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가? 우리는 대자연 속에서 겸손의 미덕을 배운다.

우리가 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이 좋기 때문이다. 졸졸졸 흐르는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 쉬임없이 하이얀 물거품을 입에 물고 달려오는 파도소리 얼마나 시원한가.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해변에선 젊음과 낭만이 숨쉰다. 살아 움직이며 생동하는 자연의 모습은 우리의 삶을 활기차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이 정(靜)이 라면 물은 동(動)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사상가 왕양명(王陽明)이 쓴 물의 다섯 가지 가르침(水五訓)을 살펴보 자. "물은 항상 자기의 진로를 찾아 멈추는 일이 없다. 물은 스스로 움직여 다른 것을 움직인다. 물은 장애를 만나면 그 세력을 몇 백배로 한다. 물은 스스로 맑으려 하고 다른 것의 더러움을 씻어주고 청탁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인다. 물은 양양한 대해를 채우고, 비가 되고 구름이 되고, 얼어서 영롱한 얼음이 되지만 그 성질을 잃는 법이 없다." 또한 노자(老子)는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고 다투지 않는다. 뭇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문다. 그래서 물은 도(道)에 가깝다."라고 설파했다.

물은 반드시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이는 대자연의 법칙이며, 순리를 좇아 매사를 공평히 처리할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인간사(人間事)는 순리를 거슬러 일을 처리하게 되면 불평, 불만이 발생하고 조화를 깨뜨려 역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또한 물은 그릇을 탓하지 않고 그릇의 모양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켜 순응해 나아간다. 그러나 우리는 곧잘 환경을 탓하고, 부모를 탓하고, 남을 탓하는 것을 우리 주위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스캔들이다"라는 말도 생겨난 모양이다.

권오중 시인·가수
권오중 시인·가수

산과 물은 자연의 일부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또한 지구의 온난화도 큰 문제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연을 보호하고 환경에 대해 더욱 더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잘 돌보아야 하겠다. 그러면 자연은 아름다운 선물을 듬뿍 안겨주기 때문이다. 모두 힘을 합쳐 지구를 살려야겠다. 그래야 우리의 후손들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요산요수(樂山樂水)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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