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지역에 올해 첫 폭염경보가 발효된 12일 오후 청주시 흥덕구 사직대로에 지열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김명년
청주 아지랑이 관련 자료사진. /중부매일 DB

코로나19가 우리 생활을 뒤죽박죽으로 만들면서 생겨난 여러 불편으로 인해 짜증스러운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맞은 올 여름을 더 짜증나게 만드는 것이 있으니 변덕스럽기 짝이 없는 날씨가 그것이다. 예년과 다르게 애매했던 시작부터, 39년만에 가장 늦은 7월장마로 우리를 긴장하게 만들더니 이제는 곧바로 폭염이다. 아직 장마가 끝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장마전선이 한반도 허리에 걸쳐있는 모습은 구경도 못했다. 장마영향으로 한두차례 비가 더 온다는 예보지만 너무 빠른 뒷걸음이 낯설기만 하다.

장마철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강우 형태가 많이 달라졌다. 익숙했던 장마전선은 갈수록 존재감이 떨어지고 집중호우는 더 극성을 부린다. 올해 역시 남부지방에선 한번에 300㎜ 넘게 쏟아진 폭우로 적지않은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제주에서부터 중부지방까지 동시에 비를 쏟아내더니 뒤이어 동서로 갈라져 세력을 잃고 말았다. 그대신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돼 찜통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 정도면 기간도 강우형태도 장마라고 부르기 어렵다. 더구나 올해는 그 변덕이 유별나다.

지난해 최장기간을 기록했던 장마가 올해 손에 꼽힐 정도로 단명(短命)한 것부터 이번 여름 날씨는 당혹의 연속이다. 주변 기압대들이 예년과 다른 양상을 보이면서 올 한반도 날씨를 예측불허로 만들었다. 처음 경험하는 이색 장마 못지않게 폭염도 새로운 기록을 쓸 가능성이 크다. 보통 장마가 끝난 뒤 8월초에나 발생하는 열대야가 벌써 시작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무려 20일 넘게 빠른 것이다. 지금까지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됐던 2018년 못지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변이 더 큰 이변을 부르는 셈이다.

지표면의 뜨거운 공기가 상층 고기압에 막혀 빠져나가지 못하는 '열돔 현상'이 폭염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2018년에도 같은 이유로 폭염일 수가 30일을 넘었다. 게다가 그 때도 장마가 턱없이 짧았다. 이는 올 여름이 그 어느해보다도 뜨거워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양상이 올해만의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기록적인 짧은 장마에 폭발적인 불꽃더위가 불과 3년만에 되풀이 됐다. 이변의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면서 이제는 이변이 일상이나 다름없다. 마음가짐부터 대처가 달라져야 하는 이유다.

매년 반복되는 장마철 수해대비부터 그 내용을 바꿔야 한다. 이제는 광범위하게 일정기간 계속 이어지는 형태의 강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특정지역에 하루, 이틀동안 폭우가 집중되는 게 대부분이다. 강수량도 예전 기준으로는 어림없을 정도다. 한번 쏟아지면 세자리수가 보통이다. 시도 때도 없는 게릴라성 폭우는 여름내내 복병이다. 폭염도 다르지 않다. 이제는 수은주가 35도를 넘는 날이 흔하다. 폭염피해의 강도가 더 세진다는 얘기다. 폭염이 재앙이 될 날이 머지않은 만큼 그에 대한 준비도 서둘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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