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매일 박건영 기자 자가격리 체험기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4차 유행이 본격화함에 따라 충북도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적용된 14일 청주 상당보건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김명년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4차 유행이 본격화함에 따라 충북도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적용된 14일 청주 상당보건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김명년

[중부매일 박건영 기자] "혹시 모르니, 자발적 자가격리에 들어갔으면 한다."

지난 13일 오전 10시께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기자의 일상이 흔들렸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불안해진 사회 분위기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기자에게 전화를 건 인물은 전날 함께 점심식사를 한 상당서 A경찰관이다. 그는 경찰서 직원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다만 A씨는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도 아니고 만난 적도 없는 사이"라며 안심시켰다.

그러나 왠지 모를 불안감에 기자는 해당 사실을 회사에 보고했다. 회사에는 업무를 중단하고 집에서 대기할 것을 지시했다.

또 빠른 시일 내에 선별진료소를 방문, 진단검사를 하라고 권유했다. 방역지침 상 격리대상도 진단검사 대상도 아니었지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최근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급증한 상황을 알기에 회사의 이러한 조처가 이해됐다. A씨, 그리고 회사와의 10분 사이 짧은 통화로 자발적으로 일상과 격리하게 됐다.

코로나19 발병 후 지인이나 가족 중 코로나19와 연관된 사람이 없었다보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나와 가족, 그리고 주변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평일 오후 '방콕'했다. 이날 잡혀있던 일정은 모두 취소됐다. 자발적 격리 이후 불안감은 커져갔다.

오후 6시가 지나서 가족들이 돌아오자 걱정은 더 켜졌다. '백신을 맞지 않은 부모님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면 어쩌나'하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코로나19의 무서움이 온전히 느껴졌다. 결국 진단검사가 예정된 다음날 오전까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14일 오전 9시, 진단검사를 받기위해 청주상당보건소를 찾았다. 나름 일찍 나왔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주차장은 차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최근 코로나19가 재차 유행하면서 확진자가 하루가 멀다 하고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풍경이었다. 내선을 따라 진료소 안쪽으로 들어가자 수십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기자와 같이 뜬눈으로 밤을 샌 시민들이다. 긴 줄 만큼이나 대기시간은 길었다. 아침부터 시작된 무더운 날씨가 몸을 힘들게 했지만, 코로나19 음성판정만 나온다면 이정도 고생은 고생도 아니라고 다짐하며 시간을 보냈다.

1시간 20여분이 지나자 차례가 왔다. 검사과정은 뉴스 등을 통해 접한대로 간단했다.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코와 입 안의 검체 채취를 마쳤다. 이어 진료소 직원은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24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안내보다 이른 시간인 검사 시작이후 12시간여 만인 오후 11시께 검사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음성, 긴장한 탓에 몸에 들어갔던 힘이 한번에 확 풀렸다.

36시간여 만에 일상으로의 다시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 반갑게 여겨졌다. 15일 청주상당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3일 확진자 발생으로 실시했던 진단검사 결과 250여 명의 전 직원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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