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최익성 플랜비디자인 대표·경영학 박사

최근에 한 회의에 참여했다. 회의는 시종 딱딱했다. 앉아있는 내내 불편함이 엄습했다. 오고가는 단어들은 부드럽고, 정중한 듯 하였으나 가시가 있고 아팠다. 조금 더 효율적인 회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갑작스럽게 대화에 끼어들었다. 필자는 회의전문가 아닌가? 그러나 오판이었다. 필자 또한 격양되었다. 목적은 회의를 더욱 합리적으로 이끌어가려는 것이었으나 오히려 전체 대화를 망치고 말았다. 결국 서로의 감정마저 상하게 하는 논쟁으로 비화되고 말았다.

우리는 결정적 순간에 이렇게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가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크게 세 가지 생각 때문이다. (1) 당장의 논쟁에서 이겨야겠다는 생각, (2)상대에게 보복해야겠다는 생각, (3)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다.

첫 번째 이겨야겠다는 생각은 가장 흔하게 떠오르는 생각이다. 경쟁사회를 살고 있다. TV프로그램, 운동경기, 학교 성적, 대학 진학, 취업, 취업 이후 회사 생활 등 상대를 누리고 상대를 이겨야 내가 올라가고 살아남는 시대이다. 우리는 많은 경험을 통해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결정적 순간의 대화를 망치는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이 승부욕이다. 대화를 잘 이끌거나 잘 되다가도 누군가 도전해오면 대화의 목적을 제쳐놓고 논쟁에서 이기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바꾼다. 최우선의 목표가 바뀌게 되면 그 이후부터 상대방이 하는 말의 약점을 잡아 그것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려고 노력한다. 이 과정의 반복으로 인해 대화는 목표를 완전히 상실하고 표류하게 된다.

두 번째는 상대에 대한 보복이다. 말다툼을 하는 중에 어느 정도 이상으로 화가 나게 되면 이제는 그냥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해를 가해야겠다는 쪽으로 목표가 바뀌게 된다. 감정이 극한으로 치닫게 되면 우리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원래의 목표를 잃어버리고 오직 상대방에게 적대적인 언행만을 하게 된다.

세 번째는 자리를 떠나는 것이다. 사람들은 항상 상대방을 공격하고 그를 난처한 지경에 빠뜨리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더 이상 망신당하는 것을 피하고자 조용히 대화에서 물러나기도 한다. 괜히 말다툼을 벌였다가 이기지 못하는 것보다는 다툼을 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으니 이런 선택도 가능하다.

세 가지 생각은 모두 결정적 대화를 원하는 방향으로 마무리 짓지 못하게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자신이 경험한 결정적 순간의 대화를 돌이켜보는 것이 좋다. 이 때 그 당시 자신에게 나타난 생리 현상이나 감정 변화가 어떤 것이 있었는지 유심히 생각해봐야 한다. 예를 들면, 입이 마르거나, 배가 살살 아프거나, 땀이 나거나 하는 등의 생리 현상이 있을 수 있다. 또는 두려움, 자존심 삼항, 화가 치밀어오름 등의 감정이 일어나느 것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의 두뇌가 평소와는 다르게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것과는 정반대의 대화를 이끌어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최익성 최익성 ㈜플랜비그룹 대표이사·조직문화 컨설턴트
최익성 플랜비디자인 대표·경영학 박사

앞에서 얘기한 세 가지 생각들은 대부분 두려움으로부터 출발한다. 말다툼의 승패에 대한 두려움, 무능혁한 사람으로 비춰지지 않을까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두려움은 감정을 격하게 만들고 현명한 우리 두뇌의 정상적 기능을 방해한다. 때문에 이야도 좁아지고 옹졸해진다.(필자가 몇 일 전에 그랬던 것처럼)

인간은 절대 바람의 방향을 바꿀 수 없다. 인간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돛단배의 돛을 조정하여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결정적 순간의 대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상대를 바꾸려는 시도보다는 원하는 방향을 중심으로 목적에 집중하기 위해 자신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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