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월22일자

주변에 미칠 영향력이 큰일일수록 다루는데 신중해야 한다. 섣부르게 손을 댔다가 뒤탈이 일어나는 경우가 적지않다. 하물며 이해관계가 뚜렷하게 엇갈리는 사안이라면 당사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살펴야 한다. 그런 다음 좁힐 수 있을 때까지 견해차이를 줄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거쳤어도 말썽이 생기고는 하는데 이를 간과한다면 이로 인한 논란을 자초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충북도의회가 지난 20일 통과시킨 생활임금 조례 처리과정이 이에 해당한다. 갈등과 혼란 등 앞으로의 상황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최저임금에 물가상승, 생계비 등이 고려된 생활임금은 근로자들이라면 크게 반길 일이다. 반면 경영계와 사업주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대략 10~20% 가량 임금상승이 예상된다고 한다. 지자체 소속과 사무위탁·용역제공 기관·업체 및 이런 기관·업체에 간접 고용된 근로자 등 범위도 상당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계약관계 등에 따라 간접고용 경계가 모호할 수 있다. 공사·용역 수주에 따른 형평성은 보다 직접적이다. 조례로 정한 대상은 물론 관계 업계 전반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이런 까닭에 도의회에서도 주민청구 건이지만 쉽게 처리하지 못했다. 조례 제정과정에서는 상위법 위반이라는 근본적 오류가 지적됐다. 또한 충북도내 경제·기업단체장들도 민간부문 포함 등에 대해 우려를 밝혔다. 조례를 이미 제정한 시·도에서도 이를 뺀채 시행하는 등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조례의 문제점은 분명해 보인다. 도의원들이 이를 모를리 없다. 그럼에도 제정이 강행됐다. 법적 제도적 보완이야 실제 적용에 맞춰 할 수 있다고 해도 반대의견을 흘려들은 것은 의회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다.

이같은 문제들은 해당 조례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말해준다. 당장 이를 시행해야 할 충북도에서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재의요구 등 수용여부를 놓고 경제계와 기업인들의 의견을 참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용한다고 해도 민간부문 배제 등 논란의 여지를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 두눈을 질끈 감는다고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어떤 길을 가더라도 갈등과 손질이 불가피하고,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벌써부터 경고를 보내며 일전을 불사할 태도다.

조례 처리과정이나 주변 상황을 보면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손을 털겠다는 도의회의 의도가 비쳐진다.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노동계 입장 때문에 보류도 못하고, 제대로 절충도 못한채 집행부에 넘긴 셈이다. 조례 제정도 입법(立法)이나 다름없는데 책임의식 부족이 확연하다. 회기를 넘기며 숙고했다지만 공감대 형성의 토대도 못 마련했다면 역량이 모자라는 것이다. 제기된 문제나 지적의 아전인수격 해석은 귀를 닫은 것이나 다름없다. 모양새만 갖추지말고 의정의 내실에 힘써야 한다는 주문은 이제 그만할 때가 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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