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팩도 무용지물… 일상 반납한 기약없는 '사투'

방호복을 입은 채 검사 접수대에 앉아 있는 직원들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지 1년 반이 넘었다.

이제 마스크 착용은 아예 일상이 됐고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우리의 생활패턴도 완전히 변화됐다.

이제나저제나 코로나19가 접어들기를 기다렸지만 오히려 4차 대유행의 한 가운데 들어서면서 코로나19 종식이 언제인지를 기약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

찜통더위를 이겨가면서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이중고를 겪고 있는 충주시보건소 감염병관리과를 찾아 그들의 일상을 돌아봤다.

절기상 1년 중 가장 무덥다는 대서(大暑).

대서인 지난 22일 충주지역 최고기온은 섭씨 35도를 기록했다.

취재를 위해 충주시보건소(소장 이승희) 1층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간은 이른 오전이지만 이미 섭씨 30도를 훨씬 웃돌고 있었다.

충주는 현재 코로나19 거리두기 2단계 상황으로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미 검사를 위해 선별진료소를 찾은 7∼8명의 사람들이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었다.

선별진료소는 보건소 1층 외부에 임시로 설치된 컨테이너 서너 개가 전부다.

여기서는 간호사와 임상병리사, 간호조무사 등 9명의 인원이 코로나19 검사 대상의 검체를 채취, 검사전문기관으로 보내 감염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이날 컨테이너 바깥에 설치된 접수대에는 3명이 앉아 검사 희망자들로부터 접수를 받고 있었다.

이들은 이들은 방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그대로 무더운 바깥 날씨에 노출돼 있었다.

뜨거운 햇볕을 막기 위해 그늘막을 치고 한쪽에서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더위를 막는데 큰 효과는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선별진료소에 근무하는 인원들은 기본적으로 상·하의와 모자까지 붙어있는 일체형 방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고 특히 직접 검체를 채취하는 인원은 얼굴을 가리는 페이스가드와 라텍스장갑까지 끼고 있다.

말 그대로 조금이라도 노출을 막기 위해 온몸을 꽁꽁 싸맨 상태다.

검체 채취에 나서는 인원은 컨테이너 안에서 근무한다.

컨테이너 내부에는 에어컨이 계속 돌아가고 있지만 환기를 위해 창문을 항상 열어 놓다 보니 외부에서 더운 공기가 들어와 바깥 온도와 별반 차이가 없다.

더욱이 철재 컨테이너다 보니 뜨거운 햇볕에 달궈진 내부의 상황은 충분히 짐작이 된다.

이들은 더위를 막기 위해 입고 있는 조끼 안에 아이스팩까지 넣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정도 날씨에 방호복과 각종 장비를 착용하고 있으면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고 금새 속옷까지 흠뻑 젖게 됩니다"

방호복에 마스크와 페이스가드까지 낀 채 검체 채취에 나서고 있는 긴호사 김민기씨

검체 채취 업무를 맡은 간호사 김민기(31) 씨는 혀를 내둘렀다.

그는 검사를 위해 줄을 잇는 사람들로 인해 잠시도 앉아 있을 틈이 없어보였다.

충주에서는 하루 평균 700여 명 정도가 검사를 위해 이곳을 찾는다.

선별진료소 근무 인원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한다.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아예 쉴 틈이 없다.

충주에서는 지난해 2월 25일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이날까지 총 350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 가운데 3명은 델타변이로 판정받았다.

충주에 있는 닭가공공장 CS코리아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당시에는 하루에 22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충주시보건소 코로나19를 담당하는 감염병관리과에는 정용미 과장을 비롯해 정상구 감염병총괄팀장, 김혜경 감염병대응팀장, 이경미 감염병예방팀장 등 총 2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직원들은 8명씩 돌아가면서 근무시간에 콜센터 업무를 맡고있다.

이들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화를 내고 욕을 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불만을 쏟아내는 시민들이 상당수여서 이로 인해 상처를 받은 직원들도 많다.

감염병관리과 직원들은 코로나 발생 이후 정시 퇴근은 아예 꿈조차 꾸지 못한다.

보건소를 총 지휘하고 있는 이승희 소장이나 정용미 과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팀장급 직원들은 오전 6시쯤이면 출근해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또 코로나19 발생 이후 토요일이나 휴일에도 평일과 마찬가지로 근무한다.

직원 가운데 절반은 오후 9시까지 근무해야 한다.

특히 총괄업무를 맡은 정상구(54) 팀장은 매일 오전 6시 이전에 가장 먼저 출근해 검사결과를 확인하고 양성자와 재검자에 대한 기초역학조사에 나서는 것은 물론, 접촉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연락해 검사를 권유하고 유사시 출장 선별 여부를 결정하는 등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들이 퇴근한 뒤에도 당일 검사자에 대한 위험요인 등을 검토하고 기타 역학조사와 함께 자가격리자에 대한 점검을 한 뒤 거의 오후 9시나 10시나 돼서야 퇴근한다.

특히 확진자가 발생하면 집에서 자다가 새벽 4시에 달려나오는 경우도 있다.

잠이 부족하고 피로가 극에 달할 경우에는 야간근무자를 위해 마련한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면서 충전하는 게 고작이다.

그는 지난 해 7월 감염병총괄팀장을 맡은 이후 지금까지 1년여 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집에 돌아가면 아내의 얼굴 보는 정도가 고작이다 보니 하숙생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당연히 가정에서는 거의 '빵점남편'이자 '빵점아빠'가 됐다.

감염병관리과에서는 코로나19 검사와 함께 백신 접종을 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충주체육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는 70여 명의 인원이 근무하고 있다.

하루에 많게는 1천200명 정도를 접종하다 보니 이들 역시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충주에서는 지금까지 백신 1차 접종자가 8만420명으로 전체 시민의 38.51%에 이르며 이 가운데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들은 전체 시민의 16.13%인 3만3천676명이다.이처럼 과중한 업무로 인해 과로가 겹치다 보니 예방접종센터 준비과정에서 직원 2명이 쓰러져 교체되기도 했다.

직원 2명은 질병휴직을 냈다가 1명이 복귀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빵과 음료수, 컵라면 등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물품도 많이 접수됐지만 이제는 그마저 뜸해졌다.

4차 대유행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지만 일선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충주지역 코로나19를 총 지휘하고 있는 이승희 보건소장<br>
충주지역 코로나19를 총 지휘하고 있는 이승희 보건소장

이승희 소장은 "무더위 속에서 희생하는 직원들을 보면 항상 미안하고 안쓰러운 생각이 들지만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개인생활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모두가 편안한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 기약없는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들의 얼굴에서 예전의 일상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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