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지효 문화부장

"무엇이든 심으면 자라나는 만 평의 밭이 주어진다면 당신은 어떤 씨앗을 심으시겠습니까?" "저는 병원이라는 씨앗을 심고 싶습니다."

아프리카 수단의 슈바이처로 알려진 고 이태석 신부가 심은 사랑의 씨앗, 아프리카 남수단 출신 의사 토마스 타반 아콧. 토마스는 지난달 16일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이태석 신부의 제자이면서 인제대 상계백병원 외과 전공의 1년차 수련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이태석 신부의 삶을 담아 세상을 감동시킨 '울지마 톤즈'에 이어 올 3월 26일 개봉한 울지마 톤즈 10년 후 이야기인 '부활'의 감독을 맡은 이태석 재단 구수환 이사장을 만나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태석 신부에 대해 관심과 함께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지금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반성하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됐다.

토마스는 "이태석 신부님은 팔방미인"이라고 표현했다. "신부님이면서 그 이전에 의사였고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많아 그들에게 교육을 시켰고 브라스 밴드를 만들어 음악을 가르쳤다"고 했다. 내전으로 힘들고 척박했던 남수단에서 이태석 신부의 영향을 받은 제자 중 57명이 의대에 합격해 의사로서의 수련을 닦아 나가고 있다.

이태석 재단 구수환 이사장은 지난 주 충북도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어 학생들에게 미디어교육과 이태석 신부의 '섬김의 리더십'을 전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말로만 떠들어서 바뀌지 않는 것이 사회다. 특히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은 대부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창대한 꿈과 희망을 얘기한다. 하지만 다들 입으로만 하지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미래를 이끌 꿈나무들에게 경쟁과 과열보다는 봉사와 희생, 협력으로 선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리더 양성에 신경을 써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비단 학생들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

이태석 신부가 토마스를 믿고 선택해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토마스는 말했다. "대장암 4기 판정후 투병생활로 몰라보게 수척해진 상태였지만 밝은 모습으로 아픈 사람 아닌 것처럼 농담도 잘하고 오히려 상대방을 격려해주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신부님이 돌아가셨을 때는 아버지를 잃은 느낌이었죠. 저는 이태석 신부님이 심어준 씨앗이었습니다. 그 씨앗이 죽지 않고 열매를 맺어서 많은 사람들을 먹여살릴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이지효 문화부장.
이지효 문화부장.

구수환 이사장은 이태석 신부의 삶을 전파하기 위해 그의 삶을 보여주고 해석하며 이태석 신부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그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생각을 실천하고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섬김의 리더십' 이라는 것을.

이태석 신부의 제자들을 통해 나 하나지만 나 하나가 변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삶이 힘들고 팍팍하지만 이런 희망이 있기에 그래도 살맛나는 세상을 사는 것이 아닐까?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