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운동했던 아들 다그쳐 후회… 귀국하면 약속한 가족여행 떠날 것"

도쿄 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 출전한 신재환(23·제천시청)의 아버지 신창섭씨가 2일 자신이 운영하는 휘트니스센터에서 아들의 경기를 차마 보지 못하고 뒤돌아 기도를 하고 있다. /김명년
도쿄 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 출전한 신재환(23·제천시청)의 아버지 신창섭씨가 2일 자신이 운영하는 휘트니스센터에서 아들의 경기를 차마 보지 못하고 뒤돌아 기도를 하고 있다. /김명년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신재환 금메달입니다!'

중계진의 금메달 확정 소식에 아버지 신창섭(49·이크짐휘트니스 관장)씨는 그간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허리부상으로 운동을 포기할 뻔했던 아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자, 마음 한 곳에 담아놨던 미안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아들이 너무 힘들게 운동을 했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다그쳤던 게 생각나서 너무 미안합니다."

신재환 선수의 금메달 확정 소식을 듣고 아버지 신창섭씨와 동생 신재욱씨가 서로를 껴안고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김명년
신재환 선수의 금메달 확정 소식을 듣고 아버지 신창섭씨와 동생 신재욱씨가 서로를 껴안고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김명년

재환군은 택견 선수 출신인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럽게 운동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까지 택견선수로 활약하던 그는 4학년부터 기계체조 종목 선수로 활약했다.

"6학년 때부터 도마종목에서는 또래 선수들을 압도하며 메달을 땄어요. 중학교 시절에도 유망주로 이름을 알렸죠. 그러다 고등학교 때부터 허리부상으로 고생했습니다. 그때 아들이 방황을 많이 했는데 마음을 다잡으려고 혼을 냈던 게 가장 후회되는 일입니다."

재환군의 허리부상은 고2 때부터 급속히 악화됐다. 결국 그해 전국체전 경기 후 수술대 오른다.

"고2 때 나선 전국체전에서 2등을 했는데, 착지 후 몸이 안 움직여서 선배가 재환이를 안고 내려왔어요.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는데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죠. 선수생활을 포기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수술 후 재환군의 선수경력은 마무리되는 듯 했다. 결국 그는 선수가 아닌 교육자로서의 길을 걷기로 하고, 사범대학교에 응시하게 된다.

"사범대 입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국체육대학교에 자리가 났다는 연락을 받게 됐어요. 운명처럼 다가온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아들은 다시 선수로서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다시 선수생활을 시작한 재환군은 이를 악물고 훈련에 매진한다.

"병원에서도 더 이상의 운동은 무리라고 진단했지만, 아들이 포기하지 않았어요. 올림픽에서 메달은 한 번 따야 되는 것 아니냐며 가족을 안심시켰습니다."

진통제도 듣지 않는 통증을 이겨내고 올림픽 무대에 선 재환군은 최고의 연기로 한국 기계체조의 역사를 새로 쓴다.

경기를 차마 못 보겠다며 중계화면을 제대로 보지 못한 신 관장은 중계진의 '금메달' 소리를 듣고서야 안도했다.

"결선 전 재환이가 '잘하고 갈 테니 체육관 하루 맡겨놓고 나를 하루만 빌려 달라'고 했는데, 아들이 약속을 지켜줬으니 이제 아버지가 약속을 지킬 차례입니다."

도쿄 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 출전한 신재환(23·제천시청) 선수의 아버지 신창섭씨가 신재환 선수의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다. /김명년
도쿄 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 출전한 신재환(23·제천시청) 선수의 아버지 신창섭씨가 신재환 선수의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다. /김명년

신 관장은 재환군이 귀국하면 수년간 미뤄왔던 가족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재환아 수고했어! 사랑해!" 인터뷰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은 아버지는 아들에게 행복한 인사를 전하며, 행복한 가족여행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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