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갈등? 언론도 받아쓰기 개선해야
고교학점제 갈등? 언론도 받아쓰기 개선해야
  • 중부매일
  • 승인 2021.08.0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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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승호 청주 서원고 교사

최근 충북에선 고교학점제에 대한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의 입장 발표가 이어졌다. 전교조에 따르면 충북 지역 고등학교 교사들 다수는 고교학점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반면 학부모들은 고교학점제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에 전교조와 학부모가 충돌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있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따르면 학생들이 다양한 과목을 수강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진로와 적성, 흥미에 따라 자신이 선택한 과목을 들음으로써 학습동기와 의욕을 고취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학교에 근무하는 입장에서 학점제의 취지가 그대로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선택과목이 학습동기와 의욕을 불러일으킨다면 이미 15년 전부터 시행된 사회/과학탐구 선택과목에서 그 효과가 나타났어야 한다.

고교학점제의 가장 큰 문제는 학교 간 격차다. 이른바 서울 상위권대학의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계열에 맞는 과목 이수를 평가하고 있다. 그러니 과목을 개설해달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학교에 빗발친다. 국제학 계열 희망 학생들은 기존 교과인 정치와 법을 넘어서 전문교과I에 해당하는 국제 관련 교과 개설을 원한다. 학교도 진학을 위해 최대한 전문교과를 개설한다. 경기도의 한 일반고는 경영계열 특화라는 이름으로 상업고등학교에서 개설되는 전문교과Ⅱ 상업교과를 개설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양한 과목을 개설할 수 있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의 진학 격차가 생길 것은 뻔하다. 이에 충북교육청은 다교과 관련 연수를 교원양성기관과 협력하여 추진하고 있지만 짧은 시간에 교과 지도역량이 갖춰지기란 쉽지 않다. 고교학점제 시행 전에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여기에 진로 변화 문제가 있다. 학생들은 3년간 진로 목표가 자주 변한다. 그러나 고교학점제에서는 맞춤형 교과 설계를 강조한다. 2학년 때 경영계열 희망 학생이 3학년 때 어문 희망으로 변경할 경우, 기존 어문계열 희망했던 학생들에 비해 선택교과가 빈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학생들이 꿈을 조기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는데 학생들은 일찍 정한 꿈을 3년간 반드시 끌고 가야 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

충북교육청은 연구학교와 선도학교를 늘려 문제점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연구학교나 선도학교 보고서에서 문제점들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부모들도 이에 공감하고 있다. 그렇기에 '교사 요구와 현장 어려움을 해결할 것'을 교육청에 요청한 것이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라, 같은 주장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지역 언론을 보면 보도자료나 논평에 나열된 문제를 보도하며 온도 차가 있는 듯 말한다.

김승호 청주 서원고 교사
김승호 청주 서원고 교사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바꾸게 될지도 모르는 제도다. 그렇기에 자세한 상황을 공유하여 지역 주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언론이 피상적 보도에 그치지 않고 심도 높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공동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언론의 역할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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