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순덕 수필가

두 달 전부터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다. 금방 끝날 것만 같았던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겪어보지 못한 세상이 혼란에서 일상으로 넘어 가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함 속에서 무엇을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럼은 평생에 한 번은 꼭 접해보고 싶은 악기였다. 어린 시절부터 막연하게 꿈꿔 왔던 것을 실행에 옮기며 마음속으로는 너무 늦게 시작한 것은 아닐까라는 염려도 들었지만 레슨 시간 외에는 아무 때나 와서 연습을 해도 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생각보다 음악 이론에 약하다며 걱정하는 나에게 강사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심한 박치였던 그는 자신이 박치인 것을 모르고 있다가 악기를 접하면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기타와 피아노를 거쳐 드럼에 이르기까지 가르침을 포기당해야만 했던 그는 메트로놈을 틀어놓고 박자 맞추기 연습만 3년 하였다고 했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그때부터 박자가 몸으로 들어오고 귀가 열려 동호회 강사까지 왔다는 그의 끈기와 성실함에 박수를 보냈다.

사람을 만나면 관심의 표시로 제일 먼저 취미가 무엇이냐고 묻던 시대가 있었다.

상대방의 취미에 연관성을 지어 부드럽게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검증이 어려운 음악 감상이나 독서라고 했다. 특별한 것이 없는 나 또한 같은 대답을 하며 거기에 영화감상까지 넣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취미라기보다는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에 가까웠다. 그래서인지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취미와 특기를 적는 항목에서 적절한 게 떠오르지 않아 늘 고민하며 머뭇거리기도 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와 함께 우리만의 취미를 찾아보자며 탁구를 찾았다. 막연하게나마 운동의 필요성과 과연 이것이 우리의 취미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며 탁구장을 드나들었다. 효율성이나 숙련도와는 상관없이 자기가 즐겁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 취미라고 하지만 공이 잘 맞지 않고 욕심대로 되지 않자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었다.

악기를 다뤄보는 것은 어떤가 하는 마음에 어디든 들고 다니며 연주할 수 있는 기타에 매력을 느껴 배워 보았지만 유난히 예민하게 아픔을 받아들이는 손가락을 핑계로 양희은의'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만 둥당거리다가 맥없고 싱겁게 기타도 끝냈다.

결혼과 함께 접어버린 나의 취미생활 찾기의 실패는 인내와 근성이 부족한 것이라 자책도 해 보았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흥미롭지 못했던 것 같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운동이 아니야. 동네 골목길이나 학교 운동장에서 치는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다르니까 한번 나와봐." 배드민턴을 먼저 시작한 친구의 권유로 시큰둥하게 발을 들인 배드민턴은 15년을 넘게 하고 있는 것을 보니 그것은 적성에 맞았나 보다.

한 곡을 열심히 연습해서 연주를 마쳤을 때 느끼는 성취감으로 틈만 나면 연습실을 찾았다. 평소와 다른 시간에 들른 연습실에 처음 뵙는 어르신 두 분이 인사를 건네 온다. 드럼 배운지 일 년 반쯤 된다는 분에게 연세를 물으니 일흔이 넘었다고 한다. 깜짝 놀라며 멋지다고 하는 내게 다른 한분이 슬며시 조언을 한다. 어르신 말고 왕언니로 부르라고….

김순덕 수필가
김순덕 수필가

악기는 타고난 재능도 중요하지만 끈기가 없으면 배우기가 힘들다고 한다. 특히 나이가 들어 버린 사람들은 꾸준함이 무기임을 수시로 깨달으며 '취미는 가장 적극적인 자기 관리다.'라는 말에 머물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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