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김미정 세종정부청사 담당 부장

2004년 10월 29일 조치원역 앞에서 열린 '행정수도 사수 1차 궐기대회'. 최준섭 당시 연기군수, 황순덕 당시 연기군의원 등이 혈세로 쓴 현수막을 들고 있고 그 뒤로 '서울만 수도면 지방은 하수도냐!' 현수막이 걸려있다. '행정수도 원안 사수'를 위한 첫번째 집회이자 연기군민 1만명이 모인 역사적인 집회였다. / '신행정수도 지속추진 연기군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2004년 10월 29일 조치원역 앞에서 열린 '행정수도 사수 1차 궐기대회'. 최준섭 전(前) 연기군수, 황순덕 당시 연기군의원 등이 혈세로 쓴 현수막을 들고 있고 그 뒤로 '서울만 수도라면 지방은 하수도냐!' 현수막이 걸려있다. '행정수도 원안 사수'를 위한 첫번째 집회이자 연기군민 1만명이 모인 역사적인 집회였다. / '국가균형발전과 국회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범국민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서울만 수도라면 지방은 하수도냐!"

웃자고 던진 개그 멘트가 아니다. 17년 전, 충남 연기군민들이 행정수도 원안 추진을 위해 죽기 살기로 외쳤던 한(恨) 맺힌 말이다. 당시 지방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땠는지, 국가균형발전을 보는 사회분위기가 어떠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지방을 오죽 얕잡아봤으면 '하수도'라는 표현을 써가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을까.

이달 10일 세종시청 로비에서 개막한 행정수도 사수 투쟁 기록 사진전 '아직 끝나지 않은 함성'에서 한 집회사진 속 '서울만 수도라면 지방은 하수도냐!'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발길을 잡았다. 2004년 10월 21일 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위헌 결정난 지 여드레만인 29일 연기군 조치원역 앞에서 열린 1차 궐기대회를 촬영한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는 최준섭 전(前) 연기군수, 황순덕 당시 연기군의원 등 주요 지역인사들이 머리에 검정띠를 두른 채 원통한 표정으로 플래카드를 들고 서있다. 자신들의 손가락을 칼로 찔러 혈서로 쓴 '행정수도 이전' 문구의 플래카드다. 그들 뒤로 '서울만 수도라면 지방은 하수도냐!'라는 현수막이 병풍처럼 지키고 서있다.

이 집회는 '행정수도 원안 사수'를 위한 첫번째 집회이자 연기군민 1만명이 모인 역사적인 자리였다.

이 집회를 시작으로 2010년 12월 세종특별자치시 설치법 국회 통과까지 7년여간 행정수도 원안 추진을 위해 총 600회의 집회가 열렸다. 4번의 단식농성과 4번의 삭발농성, 목숨을 내놓은 분신시위에, 혈서로 쓴 현수막, 화염식까지 등장했다. 절박함이 역력하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 등 위기와 고비, 7년에 걸친 투쟁의 시간을 거쳐 2012년 7월1일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라는 반쪽짜리 행정수도로 출범했지만 허허벌판이던 곳에는 현재 45개의 중앙행정기관과 22개의 국책·공공기관이 들어섰고 인구 36만명이 살고 있다. 세종시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상징이자 희망으로 태어난 도시 라는 특수성을 놓쳐선 안된다.

2004년부터 행정수도 원안 사수 투쟁을 이끌어왔던 황순덕 전(前) '신행정수도 지속추진 연기군 비상대책위원회' 상임대표는 '아직 끝나지 않은 함성' 사진전 개막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종시는 대한민국을 호랑이로 그리려다가 고양이로 그린 꼴이 됐다. 행정수도 완성을 해내지 못한다면 먼훗날 우리 후손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남겨줘야 한다. 17년 전, 행정수도 사수 정신으로 지금 다시 힘을 모아야 할 때다"라고.

김미정 기자
김미정 기자

고양이를 호랑이로 다시 그릴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오는 9월 정기국회 이전에 국회세종의사당 설치 근거를 담은 국회법 개정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종의사당 건립비 147억원을 확보했고 여야 모두 법안을 대표발의 했고 국민공감대가 형성돼있는 상태다.

이제 국회가 '행정수도 세종 완성'에 첫 단추를 꿸 시간이다. 이제 국회가 답할 차례다. '서울만 수도라면 지방은 하수도냐?'에 대한 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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