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이념싸움 얼룩진 정치판, 올바른 비전·대안 제시로 회복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김동연 캠프 제공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김동연 캠프 제공

[중부매일 김홍민 기자] 음성출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직사회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가 11살이던 해 부친이 타계한 후 판자촌에서 살 정도로 가세가 기울었지만 상업계 고교에 진학했고, 졸업 4개월을 앞두고 한국신탁은행(현 하나은행)에 입사했다.

입사 후 야간대학을 다니면서 낮에는 은행원, 밤에는 대학생, 새벽에는 고시생으로 생활했다.

26세이던 1982년 마침내 입법고시와 행정고시를 동시에 합격했다.

'흙수저'였지만 엘리트 관료집단인 기획재정부에서 근면과 성실을 바탕으로 승승장구 했다.

하지만 2013년 10월 백혈병을 앓던 장남을 먼저 하늘로 보내는 슬픔을 겪기도 했다.

당시 그는 이런 상황을 주변에 알리지도 않고 장례를 치른 당일 오후에 출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초대 경제부총리에 기용됐지만 최저임금 인상, 소득주도성장 등 주요 경제 정책에 대해 소신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이런 그가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서면인터뷰를 통해 김 전 부총리가 살아온 길과 그의 생각, 계획을 소개한다. /편집자

다음은 일문일답.
 

행정고시 합격 후 충북도 근무를 자청했고 음성군에서도 공직생활을 했는데 기억나는 일화는.

1983년 신임 사무관이던 김동연 전 부총리의 충북도청 재직 당시 모습 /김동연 캠프 제공
1983년 신임 사무관이던 김동연 전 부총리의 충북도청 재직 당시 모습 /김동연 캠프 제공

▷당시 신임사무관들은 일선부서 근무를 해야 했다. 대부분 서울근무를 원했는데 저는 충북도청을 자원했다. 청주에서 하숙하며 다니다 음성군청 근무를 지원했다. 음성 출신으로 군청까지 온 고시합격자는 처음이라고 했다. 신임사무관들이 잠시 거쳐 가는 코스로 인식했지만 저는 열심히 일했다. 도청과 군청에서 쓴 보고서는 그해 연말 도지사님과 군수님이 지방행정연수원에서 발표까지 했다.


 

지자체는 열악한 재정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조정해야 한다. 부총리로 재임하면서도 비율 조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역 실정에 맞는 개발과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재정적 능력 확충이 필요하다. 일부 국세의 지방세로의 전환이나 소득세와 법인세를 비롯한 주요 조세수입을 중앙과 지방정부가 적절한 비율로 공유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중앙정부가 행사하고 있는 경제행정권을 비수도권 지방정부로 과감하게 이양해야 한다. 모든 경제행정의 의사결정과 집행이 지방정부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의 지방이전, 교육환경의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충청권의 최근 현안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가.

▷충청은 지리적으로 봐도 국가발전을 이끄는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수도권만큼 기회 창출력을 갖도록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이 중요하다. 아직 이전하지 않은 정부 부처를 포함해 더 많은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을 이전해야 한다. 수도권에 있는 대기업 본사와 공장들의 지방 이전을 유인하는 과감한 정책도 필요하다. 지역 경제를 살리지 않고는 우리 경제·사회의 수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수도권에 편중된 재원을 지방의 메가시티 구축을 위해 집중 투자할 필요가 있다. '충청 메가시티 조성'과 '행정수도 완성'과 같은 당면한 현안은 국가균형발전의 차원에서 반드시 관철해야 할 과제다. 충청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바이오·두뇌·문화 등 융합의 본거지로 만들어야 한다.
 

입학정원 미달 속출 등 지방대학의 위기가 현실로 닥쳤다. 대학 총장을 지내기도 했는데 이런 상황을 해결할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난해 서울대는 학생 1명에게 4천800만원을 투자했지만, 충남지역 대학은 1천440만원, 충북지역 대학은 1천165만원 투자했다. 기회의 조건이 다른데 나타난 결과를 능력주의에 의한 공정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고등교육 재정을 대폭 확충하되, 분배 방식에서 지역균형발전과 대학 간 격차 해소에 집중해야 한다.

충청권부터 한국형 대학도시를 만들면 어떨까 싶다. 질 높은 교육과 연구기반이 기업과 연결되면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부터 대학수학능력을 갖춘 지원자를 대상으로 성적이 가미된 추첨제를 활용하고, 공공부문의 지역인재 할당제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동연 전 부총리(뒷줄 오른쪽 세 번째)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중소기업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 전 부총리 오른쪽은 괴산출신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동연 캠프 제공
김동연 전 부총리(뒷줄 오른쪽 세 번째)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중소기업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 전 부총리 오른쪽은 괴산출신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동연 캠프 제공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선관위에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이들과 차별화된 장점은 무엇이라고 자평하는가.

▷그분들과 동일선상에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두 분은 헌법기관, 권력기관의 장으로 임기 중 사퇴하고, 국가비전이 아니라 정권과 맞서는 이유만으로 정치를 하시는 것 같다. 수사와 감사 등 과거를 재단하는 일을 평생 하신 분들이다. 저는 30년 넘은 공직생활을 경제와 사회문제의 해결, 그리고 국기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일을 했다. 부총리를 그만두고는 2년 반 넘게 전국 곳곳을 누비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삶의 현장을 보고 최근에 '대한민국 금기 깨기'란 책을 내며 국가비전과 대안, 실천방법을 제시했다.
 

 

앞으로 정치 행보가 궁금하다.

김동연 전 부총리가 지난 3일 충남 논산 김홍신 문학관을 방문해 관계자의 안내를 받고 있다./김동연 캠프 제공
김동연 전 부총리가 지난 3일 충남 논산 김홍신 문학관을 방문해 관계자의 안내를 받고 있다./김동연 캠프 제공

▷저는 정권교체나 정권재창출을 뛰어넘는 '정치세력의 교체'를 주장한다. 견고한 양당 구조 하에서 분열과 갈등의 실체는 권력투쟁과 기득권 싸움이다. (야당의)'닥치고 정권교체'와 (여당의)'정권 절대 사수'의 싸움 속에서 국민의 삶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 싸움과 투쟁의 정치를 이제 바꿔야 한다. 진영과 이념 싸움의 벽을 넘지 못하면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다.

지금 모든 후보들이 과거를 이야기하고 싸운다. 남 흠집 내기, 네거티브로 일관하고 있다. 미래, 경제, 글로벌 이야기는 실종됐다. 대선 과정은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으로부터 평가를 받는 장이 돼야 한다.

저는 우선 대선 판의 어젠다 수준부터 바꾸는 것에서 출발해서 정치판 자체를 바꾸고 싶다.

양당으로부터 총선, 서울시장, 이번 대선에서의 출마를 강하게 요청받았지만 모두 거부했다.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당연히 미약하게 보일 거다. 새로운 세력을 모으겠다. 정치공학이나 세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소신껏 제 길을 뚜벅뚜벅 가겠다. 저의 주장과 행보가 본격화되면 많은 국민들께서도 호응해주시리라 믿는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북 일각에서는 김 전 부총리의 정치 로드맵으로 충북지사 선거에 우선 도전해 당선되면 4년간 도정을 이끌며 '정치적 중량감'을 키운 후 차차기 대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고향에 대한 애착은 누구보다 강하다. 선조 대대로 살아온 제 삶의 터전이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어머니 고향은 진천이고 처가는 공주와 논산이다. 아버지는 젊어서 출향하셨다. 찢어지게 가난하기도 했지만 자유당 시절 민주당 후보 선거운동을 하시다가 탄압을 받았던 탓이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여름과 겨울방학 두 달은 고향에서 지냈고 공직을 하면서도 남다른 애향심으로 (고향발전을 위한)여러 일들을 했다. 34년 공직 생활, 세 정부에서 예산실장, 차관, 장관, 부총리까지 하면서 국가살림도 책임졌고 국가비전을 만들어 국정 전반에 걸친 운영도 해봤다. 고향을 위해 일하라는 이야기는 고맙고 영광스러운 일이다. 이제는 고향의 터전과 뿌리를 잊지 않으면서 대한민국 전체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일해보고 싶다.
 

 

고향 분들에게 인사 말씀을 해 달라.

▷고향은 오늘의 제가 있기까지의 원천이다. 한 번도 충청인의 자부심을 잊은 적이 없다. 어떤 분들은 태어나지도 자라지도 않은 고향을 이야기한다. 어떤 분들은 편협한 지역주의를 조장한다. 진정한 충청의 정신은 진영과 이념, 편협한 지역주의를 뛰어 넘어 통합과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다. 충청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동안 고향의 어르신, 선후배 분들이 보내주신 관심과 성원에 깊이 감사드린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 지켜봐주시기 바란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김동연 캠프 제공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김동연 캠프 제공

-1957년 음성군 금왕읍 무극리 출생
-덕수상고, 국제대(현 서경대) 법학과, 서울대 행정학 석사, 미국 미시건대 정책학(석·박사) 졸업
-입법·행정 고시 동시 합격(1982년)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제2차관, 국무조정실장(장관급)
-아주대 총장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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