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중개 보수 요율 개편안'에 지방과 서민은 없었다. 국민 표심을 먹고 사는 정부가 국민의 절반 이상이 사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사회 영향력이 큰 가진 자 위주의 정책을 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서민을 무시하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정부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라 높아진 중개 수수료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중개수수료 개편 작업에 들어가 6개월 만인 16일 3개 개편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앞서 2014년에는 매매가 6억~9억원, 전세가 3억~6억원 미만 주택의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절반으로 낮췄다.

이후 6년 만에 다시 조정되는 개편안은 국민, 부동산중개사 등 사회적 합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개편안 핵심은 3개안 모두 매매가 2억원 이상이 대상이며, 특히 12억원 이상 주택의 최고 요율을 기존 0.9%에서 0.7%로 내려 소비자의 중개 수수료 부담을 크게 낮췄다. 이 개편안이 확정되면 10억원 주택 거래 수수료가 현행 9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내려간다.

정부 개편안에 따르면 1안(4단계)은 2억∼12억 원 0.4%, 12억 원 이상 0.7%로 소비자에게 유리하고 3안(5단계)은 2∼6억 원 0.4%, 6억∼12억 원 0.5%, 12억 원 이상 0.7%로 공인중개사가 환영한다. 시장에서는 절충안인 2안(2억∼9억 원 0.4%, 12억 원 이상 0.7%)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높아 가장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3개안 모두 2억원 미만 주택에 대해서는 기존 요율(5천만 원 미만 0.6%, 5천만∼2억 원 0.5%)을 그대로 적용해 지방에서 2억 원 미만 전세와 반월세, 월세를 사는 서민은 주택 매매 수수료 인하 혜택에서 제외됐다.

이에 저가 구간에 대해서도 수수료율을 낮춰 지방은 물론 개발이 뒤처진 지역에 사는 서민들의 수수료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정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국토교통부와 국토연구원이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 방안'을 주제로 연 온라인 토론회에서 "2억원 미만 구간 거래가 많은데 요율이 변하지 않아 국민 부담이 경감됐다고 볼 수 없다"며 "낮은 구간은 소비자의 수수료 협상력이 떨어져 2억원 미만 구간의 상한 요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소비자들은 거래 금액별로 요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데 불만이 많다"며 "단일 요율제로 하면 투명성과 제도 운영의 효율성이 높아져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기현 국장대우겸 진천·증평주재
한기현 논설고문

부동산 중개사들도 불만이다. 한 중개사는 "우리도 어렵다.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부동산중개사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부동산 수수료 인하에 반대하고 단식 투쟁 등 집단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정부, 소비자, 부동산중개사 간 마찰이 예상된다.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없다. 정부는 사실상 수도권에 사는 주민만 체감할 수 있다는 지적을 수용해 부동산중개사의 눈치를 보지 말고 지방과 서민을 위해 저가 구간 수수료를 내려야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