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평생 딸을 그리워하는 형벌 감수하며 죄를 갚을게"
참석자들, 도교육청에 "재발방지 제도개선 적극 나서달라"

19일 청주시 상당구 성안길에서 열린 '청주 계부 성폭행 사건 피해 여중생 사망 100일 추모식'에 참석한 피해 여중생 친부 A씨가 헌화를 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동빈
19일 청주시 상당구 성안길에서 열린 '청주 계부 성폭행 사건 피해 여중생 사망 100일 추모식'에 참석한 피해 여중생 친부 A씨가 헌화를 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힘없는 아빠는 너를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는 형벌을 감수하며 죄를 갚으련다."

딸을 지켜주지 못한 힘없는 아빠는 목 끝까지 차오른 슬픔을 겨우 참아내며 추모사를 읽었다. 힘겹게 뱉어낸 그의 목소리에는 딸과 같은 안타까운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간절함이 묻어있었다.

'청주 계부 성폭행 사건'으로 두 여중생이 떠나간 지 100일. 청주에서는 이 사건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모였다. 19일 오전 11시 상당구 북문로 성안길에서는 피해 여중생의 친부 A씨 등이 참석한 추모식이 열렸다.

이날 추모사를 직접 읽은 A씨는 그간 가슴에 담아둔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딸아, 너를 성폭행한 사람은 술은 먹였지만 성폭행은 안했단다. 이 세상이 바뀔 것 같지 않으니 이 아빠가 너의 두 눈을 감으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겠다."

청주 계부 성폭행 사건은 자신의 의붓딸과 의붓딸의 친구(A씨의 친딸)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잔혹한 범죄다. 하지만 가정 내 성폭력이라는 특성 탓에 두 피해 여중생은 사각지대에 방치됐고, 결국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성폭행은 그 자체가 아이의 평생 삶을 죽이는 영혼살인입니다. 한 맺힌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 주세요."

A씨는 청주시민들에게 아동·청소년 성폭력 사건 대응 시스템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사건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피고인이 어떤 처벌을 받는지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A씨 등 유족의 뜻에 따라 추모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성명서를 통해 충북도교육청이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박정희 청주시의회 부의장, 김수민 국민의힘 청주청원당협위원장, 김석민 충북지방법무사회장, 윤건영 전 청주교대 총장 등은 ▷성범죄 피해 예방 및 최소화를 위한 교육기관 신고체계 확립 ▷실질적 기능을 하는 성범죄 사전 예방교육 ▷피해 청소년 중심의 대응시스템 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를 위해 충북도교육청, 여가부 등 중앙부처, 지방정부, 경찰 등이 참여하는 공식적인 협의체 구성도 제안했다. 협의체를 통해 기존의 제도와 법에 대해 다시 검토해보자는 취지다.

김석민 충북지방법무사회장은 "친족 성폭행, 특히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사건은 기존 성폭행 사건과 다르게 다뤄야 한다는 점을 사회가 인정해야 한다"며 "공론화를 통해 법률 제·개정 또는 제도개선을 위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김미애(부산 해운대구을) 국회의원은 대표 입법발의를 준비 중이다. 김 의원 측은 충북지방법무사회의 법률개정 취지에 동감한다며 구체적인 안을 구상하고 있다.

한편 피해 여중생 사망 100일을 맞아 온라인 공간에서도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청주지역 대표 온라인 커뮤니티인 맘스캠프에는 '어른들이 미안하다', '현실이 참담하고 화가 난다', '이번에도 어른들의 잘못으로 두 아이가 세상을 떠났다' 등의 추모글이 올라왔다.

김선영 맘스캠프 대표는 "회원분들에게 오늘 만큼은 다른 게시물을 자제하고 아이들을 추모하며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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