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지족상락(知足常樂)'은 '만족할 줄 알면 인생은 늘 즐겁다'라는 얘기다. 아무리 가진 것이 많아도 만족할 줄 모르면 결코 행복을 느낄 수 없다는 뜻이 담겨있다. '지족제일부(知足第一富)'는 '만족을 아는 사람이 제일 부자'라는 뜻이다. 탐욕을 버리고 만족을 아는 마음이 즐거운 인생의 첫걸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당신이 아들을 사랑한다면 덕을 물려주십시오. 재물과 복은 아울러 따라갈 것입니다. 재물을 물려주면 덕과 재물이 모두 위험해지지요. 재물이라는 것은 온갖 죄악이 담기는 그릇입니다. 어린 아들이 많은 재물을 끼고 있는 것은 마치 미친 사내가 예리한 칼을 지닌 것과 같습니다. 자기를 죽이고 남을 해치는 것을 모두 면치 못할 것입니다." 400여 년 전 쓰여 진 '7극(七克)'이란 책에 나오는 '탐욕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설명한 구절이다.

우리나라 사람 열에 아홉은 15분 안에 식사를 끝낸다고 한다. 뇌에서 배부른 걸 인식하려면 적어도 20분이 걸리는데 그런 포만감을 느낄 새도 없이 흡입의 수준으로 식사를 끝낸다는 것이다. 그러니 늘 제 양보다 더 많은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다. '빨리빨리' 패턴은 불감증을 유발하고, 불감증은 본의 아니게 탐욕의 기초가 된다고 한다. 이는 먹는 것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리스신화에서 인간이 경계해야 할 과오 중 으뜸으로 꼽는 것은 탐욕과 오만이다. 탐욕과 오만에 빠진 인간은 예외 없이 파멸에 이른다. 좀 더 많이 가지려는 마음이 탐욕이라면, 많이 가졌다고 우쭐대는 마음은 오만이다.

사자는 먹을 만큼만 사냥한다고 한다. 쌓아 놓기 위해서 사냥하는 법이 없다. 그러나 인간은 쌓아 놓기를 갈망한다. 지금 갖고 있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조금만 더' 하는 마음이 항상 있다.

옛날에 우정이 아주 두터운 친구 셋이서 길을 가다가 우연히 길에서 묵직한 금덩어리 하나를 주웠다. 셋은 이 금덩이로 인해 자신들의 깊은 우정에 금이 갈까 봐 금을 팔아서 셋이 똑같이 나누어 갖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축하하는 뜻으로 술을 사다 마시며 실컷 즐기자고 했다. 한명이 술을 받으러 인근 주막으로 갔다. 그런데 이 친구가 갑자기 엉뚱한 생각을 했다.

'옳지, 술에 독약을 타서 두 녀석을 모두 죽이면 그 금덩어리는 몽땅 내 것이 되겠다.' 그래서 그는 술에 독약을 탄 후 태연하게 두 친구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한편 남아있던 두 친구도 술에 독약을 탄 친구의 생각과 다를 바가 없었다. 금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갖고 싶은 욕심으로, 술을 받으러 간 친구를 죽이자고 모의했던 것이다. 이윽고 친구가 술을 갖고 들어오자마자 그를 죽였다. 그러고는 받아온 술을 실컷 퍼마셨다. 잠시 후 두 사람 역시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말았다.

탐욕이 준 결과는 이렇게 '너'뿐만 아니라 '나'도 죽이고 만다. 불행의 뒤에는 반드시 '탐욕'이 도사리고 있다. 사람이 탐욕에 사로잡히게 되면,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가지고 싶어서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하게 되는 것이다.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모기는 피를 빨 때 잡히고, 물고기는 미끼를 물 때 잡힌다. 인생도 이와 같다. 남의 소유를 탐낼 때 위험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복배수적(腹背受敵). 배와 등의 양쪽, 곧 앞뒤로 적을 만난다. 욕심에 눈이 멀면 함정에 빠지게 된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땀을 흘려 얻은 대가가 진정 소중한 것이다. 후회해도 때는 늦다.

탐욕은 파멸과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 탐욕 때문에 패가망신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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