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옥천군 초대로 전통문화 체험관과 정지용문학관, 육영수 생가, 옥천 사마소(司馬所)를 갔다. 이번 문학기행은 한국문학예술인협회와 비둘기 창작사랑방 회원 등과 함께 옥천군이 지정한 숫자만 갔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이 노래는 김희갑 작곡, 가수 이동원과 테너 박인수가 듀엣으로 부른 한국가곡 100선으로 잘 알려져 있다. 토속적인 우리말 어휘를 사용해서 시골의 정경을 묘사했고, 시를 읽을 때면 우리말의 멋을 느낄 수 있다.

정지용문학관을 들어서면, 우측으로 정지용의 밀랍인형이 밴치에 앉아 있는데, 방문객이 인형과 함께 기념촬영을 할 수 있다. 전시실은 테마별로 정지용의 문학을 접할 수 있도록 지용연보, 지용의 삶과 문학, 지용문학지도, 시, 산문집 초간본 전시 등으로 구성돼 다양한 내용을 체험할 수 있다.

몇 년 전, 영화 '동주'를 보았다. 일제강점기, 한집에서 자란 동갑내기 사촌 윤동주와 송몽규의 이야기이다. 시인을 꿈꾸는 동주와 야망을 불태우는 독립운동가 몽규는 가까운 벗이면서도 생각이 달랐다. 영화에서 윤동주의 시가 자주 흐르면서 문학작품을 보는듯한 감성에 젖게 했다. 그들은 일본에 유학가서 몽규는 독립운동에 매진하고, 동주는 시를 쓰며 시대의 비극을 아파했다.

오래전 회사 업무차 교토에서 오래 머물며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學)을 가보았다. 이 대학에 정지용이 먼저 다녔고, 이어서 윤동주가 입학했다. 이곳에는 정지용 시비(詩碑)와 윤동주 시비가 나란히 있다. 윤동주의 시비 '서시'는 오석(烏石)으로, 정지용 시비는 이곳 냇물을 소재로 한 압천(鴨川)으로 둘 다 한글과 일본어로 새겼다. 15년 전, 정지용 시비는 옥천문화원 정지용 기념사업회에서 고향인 옥천산 흰색 화강암으로 건립했다.

이어서 육영수 생가를 방문했다. 대통령 박정희의 부인이자 사랑과 봉사의 화신으로 국민으로부터 많은 추앙을 받았던 육 여사가 1925년에 태어난 장소이며 박 전 대통령과 결혼 전까지 살았던 곳이다. 한옥 99칸 고택은 조선 후기 양반집의 전형적 양식을 갖추고 있었으나, 육 여사 서거 이후 폐가처럼 변해 완전철거됐다.

이후 생가터 상속권자가 옥천군에 부지를 기부했고 15년 전 복원 작업에 들어갔다. 이 한옥은 400년 전, 김정승 이후 송정승, 민정승이 거주한 삼정승의 집으로 조선 상류계급의 가옥이었다. 그런데 100년 전, 육영수의 아버지 육종관이 사들였고 이곳에서 자란 육영수는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의 삶을 보면서 봉사정신을 키웠다고 한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류시호 시인·수필가

점심은 옥천 금강 물고기로 요리한 도리뱅뱅, 생선국수, 올갱이국 등 취향대로 각자 흩어져 먹었다. 이번 정지용문학관 기행을 하며 문학에 더욱 정진하자고 마음을 다졌다. 시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난 일들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핵심을 찌르는 순수한 시어 선택과 어휘력에 따라 우리 삶의 노래가 된다. 코로나 시국이지만 발열검사, 소독 등 철저한 방역으로 쾌적한 분위기속에서 다녀온 뜻 깊은 문학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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