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김동례 청주공고 수석교사

기나긴 코로나의 불안감이 백신 접종으로 희망을 담았지만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짧은 장마, 긴 폭염의 연속은 더더욱 숨이 막힐 지경이다. 무언가 숨통이 트일만한 꺼리를 만들고자 교단에서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 친구에게 함께 기차여행을 제안하니 '오케이'하며 바로 날짜를 잡았다.

이른 아침 간편한 복장으로 반가움을 담아 기차에 올랐다. 친구와 함께 서로를 바라보며 도란도란 크고 작은 삶의 조각들, 교단에서 우리의 역할에 관해 편안하게 나누었다. 기내에서 역에 도착할 때마다 흘러나오는 안내방송이 왠지 푸근했다. 잠시 멈춰서는 곳마다 역 풍광 또한 그저 평화롭다. 2시간 반 지나 경북 영주역에 도착했다. 영주에 사는 여고 동창 친구가 반갑게 맞이해줬다. 몇 년 전에 만났지만 매일 만난 것처럼 우리의 만남은 시끌벅적했다. 교사로서 명퇴하고 손수 농사지은 갖가지 채소로 만든 반찬으로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지난 학창시절 이야기보따리를 쏟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고등학생이 된 듯 했다. 선생님들과 함께한 수업, 친구들 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일상 일어나는 삶 등등. 하루 함께 한 시간은 쏜살같이 빨리 지나갔다. 옥수수와 손수 담은 오이지 등을 손에 쥐어주니 친정 다녀가듯 푸근함을 느꼈다. 아쉬운 작별의 영주역을 뒤로하고 기차에 올랐다. 까만 밤 차창 너머 고요가 흐르듯 우리들의 여행은 그저 무언가 가득 채운 하루였다. 늘 함께 고민을 나누고 격려해주고 지지해줄 수 있는 친구가 있어 더 용기 낼 수 있었던 시간이었음을 돌아본다.

김동례
김동례

오늘의 작열하는 태양 빛만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음이 절로 부자가 아닌가? 늦은 밤에 도착한 청주역이 새삼 반가웠다. 짧지만 깊은 우정을 담은 기차여행! 여름 밤하늘의 별이 유난히 아름답다. 오늘도 함께한 기차여행이 삶의 한 페이지로 멋지게 장식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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