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정순 국회의원의 당선무효형으로 재선거를 치르게 될 청주 상당구가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출마예상자에 대한 하마평은 기본이고 대선 및 지방선거와의 관계 등 뒷말이 쏟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유권자에 대한 얘기는 많지 않다. 판을 짜기에 급급할 뿐 선택을 따지는 이도 별로 없다. 그저 큰 정치흐름속에 어떤 기류를 탈 것인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런 가운데 선거 부정으로 인한 중도낙마를 두고 국민의힘이 공세에 열을 올렸다.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책임지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국민의힘 충북도당의 성명을 보면 '석고대죄', '개탄' 등의 표현을 쓰는 등 강도가 상당하다. 지역구 국회의원 공백에 대한 지적이야 당연하지만 내년 선거들을 감안해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일대일 대결이 예상되니 이해할 수 있을 듯 싶다. 재선거 비용, 혈세 투입 등은 짚고 넘어갈 일이고 소속 정당의 사죄는 당연한 요구일 것이다. 결국 다 맞는 말인 셈인데 문제는 국민의힘 충북도당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뭐 묻은 개가 재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 아닐 수 없다.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난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만 따져봐도 국민의힘이 이런 말을 대놓고 할 상황은 아닌 것이다. 그동안 충북에서 선거사범으로 중도낙마한 자치단체장 당선자 12명 중 절반이 보수정당 소속이었다. 지금 국민의힘 전신들이다. 7번의 선거에서 6명에 이르는 숫자도 많지만 절반을 차지한 정당이라면 자신들의 처지 먼지 살펴봤어야 할 일이다. 이 시기 이런저런 이유로 중도에 그만둔 국회의원들의 소속은 진보·보수 정당간에 2대2로 동수로 이 또한 할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이 잘 한 것도 아니다. 그 숫자가 보수정당보다 적을 뿐 선거사범이 끊이질 않는다. 게다가 중앙당의 중도낙마에 따른 무공천 약속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 거듭된 잘못과 겉치레 사과로 얼룩진 게 우리 정당들의 선거관련 역사이다. 가히 '흑역사'라 할만 하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책임을 외면하는 데 있다. 한마디로 무책임과 뻔뻔함이 이런 상황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정치의 여러 면이 바뀌어야 하지만 공천에 대한 책임이 결코 빠져서는 안된다.

여야를 떠나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매번 잘못에 대한 비난과 책임추궁은 날카롭고 거셌다. 상대를 바꿔가며 서로를 질타하는 '남 탓'이라는 점만 빼면 토를 달 일이 아니다. 제 눈에 든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끌은 잘 보는게 인간사이지만 그것도 정도껏이다. 문제가 될 때만 고개를 숙이고, 뒤돌아서면 까맣게 잊어버린 것 처럼 또 다시 되풀이한다면 그에 따른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결국 유권자의 손에 달린 것이다. 잘못한 만큼의 책임을 지워야 한다. 정치쇄신의 길은 이런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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