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주이 청주시 농업기술센터 팀장

우리 삶에서 쌀 즉 밥은 빼놓을 수 없다.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쌀을 사랑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우리 입맛을 사로잡은 쌀 품종이 일본에서 건너온 외래품종으로 오랜 기간 정착돼 재배된다는 사실이다.

충북도에서 재배되고 있는 대표적인 벼 품종에는 중만생종인 '추청'과 조생종인 '고시히카리'가 있다. 이들 품종은 1955년과 1956년에 일본에서 육성됐고 60~70년대 도입돼 지금까지 재배되고 있는데, 병해충에 약하고 수량도 낮고 쓰러짐도 심하지만 고품질을 대표하는 품종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본과 껄끄러운 관계가 지속되면서 농업 분야에도 그동안 노력해왔던 '종자 국산화'에 힘이 실리고 있고,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집에서 생활하는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맛 좋은 쌀을 찾는 소비패턴에도 변화가 생겼다.

최근 농촌진흥청에서는 자체 개발한 우리 기후에 적합하면서도 밥맛 좋은 품종을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를 통해 확대 보급 중이다. 충북도에서도 국내 육성품종을 2023년까지 95%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품종교체는 신중해야 한다. 단지 일본 품종이 싫어 우리 품종으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품종이 더 우수하고 그 우수성을 소비자가 느끼도록 품종 특성이 잘 발현될 수 있게 재배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우리 입맛에 익숙한 일본 품종이 빠진 자리에는 우수한 우리 품종이 메워가고 있는데, 우리 품종의 대표주자인 '해들, 참드림, 알찬미' 등은 맛과 품질면에서 이미 일본 품종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들'은 조생종인'고시히카리'에 비해 쓰러짐과 병해에 강하고 수량이 10a당 564㎏이며, '참드림'과 '알찬미'는 중만생종인 '추청'보다 쓰러짐에 강하고 쌀알이 맑고 깨끗해 식감이 일품이며 10a당 수량은 559㎏과 538㎏이다.

이들 품종은 우수한 밥맛과 외관, 품질, 내병충성 등을 인정받아 재배면적이 늘고 있으며, 소비자 블라인드 식미 평가에서도 우리 품종이 질감, 맛, 모양 등 전체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가 나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상황이다. 밥맛 좋은 우리 품종이 우리 식탁에 빠르게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우리 품종이 우수하다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시급하며, 생산에서 유통까지 체계적인 지원을 통한 브랜드 쌀 육성 방안이 필요하다.

최주이
최주이 청주시 농업기술센터 팀장

또한 정부 보급종으로 공급되던 일본 품종(추청벼)에 대한 보급은 2023년도부터 중단이 예고돼 있어 우리 품종의 안정적 재배를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렇게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우리 품종이 많이 개발돼 확대 보급된다면 갈수록 중요해지는 '종자 주권' 즉 로열티, 지적재산권 분야에서도 잃어버렸던 자존심을 회복할 날도 멀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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