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학교 교수

아프가니스탄, 비극의 땅이다. 그 땅을 떠나려는 사람들로 카불 공항이 아수라장이다. 지옥이 따로 없다. 군용 수송기가 이륙하면 떨어져 죽게 된다는 사실을 모를 바 없는데도 그들은 수송기의 날개 위에 매달렸다. 이륙하자 매달렸던 사람들은 마치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처럼 허공으로 떨어져 사라졌다. 이 영상은 전 세계인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아프가니스탄은 6개의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기에 인접국 간의 이해관계가 얽혀서 늘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더욱이 다민족 국가이니 문화적인 충돌이 있었을 것이고, 지리적으로도 중동과 아시아가 만나는 지역이었으니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갔을 것이다. 이러하니 수세기에 걸쳐 군사적인 충돌은 얼마나 잦았을 것이며, 민초들의 삶은 또 얼마니 고달팠겠는가. 근대에 이르러서는 영국의 지배하에 있다가 1919년 8월에 독립했고, 이후 40여년이 그나마 평화로운 시기였다. 70년대 초,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들이 거리를 활보할 수 있었다. 머리에는 아무것도 두르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둘러 감는 부르카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여성들을 총살하고 있다. 이곳에선 인권이 묵살되고 있으며, 특히 여성과 어린이의 인권은 무참하게 짓밟히고 있다.

세상의 어떤 나라도 여성 인권이 무시되면서 선진국인 나라는 없다. 무슬림이 믿는 이슬람교의 경전인 쿠란은 남녀 간에 어느 성도 더 우월하지 않고 신 앞에서 절대적으로 동등함을 보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무시 및 차별과 편견은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되어 왔고, 남성 권력자들에 의해 더욱 심화되어 왔다. 이는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암묵적인 관습으로 자리 잡았으며, 심지어 가정에서 조차 여성인 누이를 무시하고 손위인 이모와 고모를 위협하고 학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특히, 탈레반의 지배하에 있던 시기에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학대가 극에 달했다. 이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점령하자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탈출하려고 하는 것이리라.

이슬람의 교리인 쿠란을 교묘히 이용하여 권력을 유지하려는 자들이 사회를 대립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권력자들의 부패상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썩어서 냄새가 진동하는 상황이었다. 군대조차 인원을 부풀려서 인건비를 빼돌리는 정도였다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아프가니스탄의 카불 공항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들은 그래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상류층을 형성하며 살던 사람들이 아닐까라고 추측하는 것은 무리인가. 국외로의 탈출은 생각도 못하고 두려움에 떨며 집안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과 어린이들이 불쌍한 아프가니스탄인의 대부분이 아닌가.

소식에 의하면 아프가니스탄의 고위 공직자와 관리들은 뇌물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으며, 불량한 기업가들과 결탁하여 물건을 불법으로 들여오고 시장에 풀어 시장 질서를 파괴해 버렸으며, 결국 지역 상품생산자나 줄을 대지 못한 수입업자들은 경쟁력을 잃고 도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부패한 권력은 국가를 망쳐갈 뿐이다. 부패의 정도가 심하면 쉽게 망할 것이고, 그 정도가 약하다 하더라도 반드시 서서히 망해갈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은 부패의 정도가 몹시 심했기에 미국이 예측한 것보다 훨씬 더 빨리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한 것이다.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탈레반이 단순히 그들의 종교적 신념과 정치적인 이념의 신봉에서 가담하고 있는 것인가. 오히려 수감된 탈레반들은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부패 확산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런 것들이 제도화되자 비폭력적인 방법으로는 이를 바로잡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말의 의미는 어느 국가와 사회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보며 플라톤의 말을 생각한다. '정치에 무관심한 가장 큰 벌은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 받는 것이다.' 우리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질 낮은 인간들에게 농락당하지 않으려면 정치에 관심을 갖고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은 지도층의 부패에 있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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