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김동우 논설위원

장자는 중국 고대(BC 369년~BC 289년) 송(宋)나라에서 태어났다. 이름은 주(周)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 말단 관직을 맡기도 했다. 그의 사상은 노자(老子) 사상과 묶여 노장(老莊)사상의 기반이 됐다. 그의 사상은 한마디로 속세 초탈이다. 근심의 근원인 육체와 정신을 버리고 자연법칙을 따르면서 현실 세계 밖에서 초연하게 노니는 유유자적(悠悠自適) 그 자체다.

사상가로서 탁월했던 그는 그림도 잘 그렸다. 어느 날 왕이 그에게 입궐을 명했다. "장 선생, 그림에 뛰어난 재주가 있다고 들었는데, 게(蟹:해) 그림을 그려주지 않겠소?" "예, 그려 드리지요". 그는 의외의 조건을 제시했다. "5년 기간과 집 한 채 그리고 하인 12명이 필요합니다." 왕은 게 한 마리 그림을 위해 이런 조건들이 과연 필요한가 의아해했다. 뭔가 생각이 있겠지 하며 즉시 조건을 제공했다.

어느덧 약속한 5년이 흘렀다. 그러나 그의 게 그리기는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왕과 그가 묻고 답했다. "장 선생, 약속한 날짜가 지났는데 어찌 된 일인이고?". "5년이 더 필요합니다." 왕은 어이가 없어 몹시 불편했지만, 그의 탁월성을 믿고 5년을 기다리기로 했다.

5년이 흘렀다. 왕 앞에 나타난 그는 이번에도 게 그림을 진상(進上)하지 못한 채 뭔가를 생각하며 서 있었다. 급기야 왕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감히 왕을 속여." 금방이라고 엄청난 처벌이 내려질 기세였다. 순간, 그는 하인에게 붓과 비단을 가져오라 했다. 그는 일필휘지 글 쓰듯 순식간에 게를 그렸다. 진상했다. 그것은 당시까지 본 것 가운데 가장 완벽한 게 그림이었다. 왕은 물론 신하들은 감탄해 마지않았다. 10년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회화 재능이 뛰어난 그가 게 한 마리를 그리는 데 왜 5년 아니 10년에다 집 한 채와 하인 12명이 필요했는가? 가능한 한 전국의 모든 게를 구해 눈으로 직접 본 뒤 완벽하게 그리기 위함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찮은 게 한 마리였지만 철저한 준비를 통해 사실에 가까운 그림을 그리고자 그랬던 거다. 느림의 시간이 완전한 시간임을 보여준 셈이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논설위원

요즘 대선 후보들이 너도나도 '준비된 후보'라 주장한다. 물론 이번뿐 아니었다. 참으로 웃기는 얘기다. 장자는 게 한 마리를 그리기 위해 10년을 준비했다. 그들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무엇을, 얼마나 준비했는가? 개뿔 아무 것도 없다. 준비에 대한 언표는 억지이며 득표를 위한 속임수다. 그들이 '준비의 결과'라 하는 정치적 지위와 권력은 무임승차이거나 자리 배분에 의한 획득임에도 자신의 능력에 의한 포획이라 그들은 확신하고 강요한다. 유만부동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제대로 준비된 대통령 혹은 그 후보를 경험한 적이 있는가?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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