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 잔]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이용
이용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음악 듣기는 음반 수집으로도 이어졌는데, 13살 까지는 카세트 테이프를, 14살 이후로는 LP도 모으기 시작했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웬만한 팝 음악이나 대중적인 연주곡은 도입 부분만 들어도 아는 수준이 되면서 친구들 사이에서의 인기도 높아져 갔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당시에 팝 음악에 해박하다는 것은 요즘 말로 '인싸'가 되는 한 방법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는 LP수집에 불이 붙었는데, 장당 2천500원 전후였던 음반을 매달 2~3장씩 구입했다. 그 무렵 가요계에는 조용필, 이용, 전영록 이 세 가수의 인기가 절정이었다. 필자는 이용 팬이었고, 둘째는 조용필 팬, 막내는 전영록 팬일 정도로 우리 삼 남매 안에서도 세 사람의 인기는 팽팽했다.

그 중에서 이용은 1981년 여의도에서 5일간 열렸던 문화 축제인 '국풍 81'에서 '바람이려오'라는 노래로 대상을 차지하면서 가요계에 데뷔했는데, 82년 정규 1집 앨범에서 '잊혀진 계절'이라는 메가 히트곡을 발표하면서 1982년에는 MBC 가수왕(KBS는 조용필)까지 차지한다.

파올로 프레스쿠라
파올로 프레스쿠라

이용을 생각하면 또 다른 가수 한 명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탈리아의 '파올로 프레스쿠라'이다. 그의 노래를 찾아서 알게 된 것은 군 생활 중 만났던 후임병 의 영향 때문이었다. 대중음악에 대해서는 나름 고수라고 자부하던 당시의 나는 후임병의 소개로 알게 된 '뉴 트롤스'라는 이탈리안 록 그룹의 음악을 듣고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록과 사이키델릭 그리고 팝적인 요소를 버무린 후 클래시컬한 편곡까지 한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이제까지 내가 알고 있던 팝 음악이 무척 시시하게 느껴졌다. 한동안은 기존에 듣던 팝 음악을 거의 듣지 않았고 소위 프로그레시브 음악만을 찾아 들었는데, 그러다가 발견한 가수중에 한 명이 바로 '파올로 프레스쿠라'였다.

록 음악은 1970년대 영국에서 새로운 방향으로 모색되면서 '프로그레시브록' 이라는 이름으로 꽃을 피우게 되는데, 대표적인 밴드가 '핑크 플로이드', '킹 크림슨', '예스', '제네시스' 등이다. 영국과는 다르게 이탈리안 프로그레시브는 클래식과 결합된 형태가 많았는데, 파올로 프레스쿠라의 음악도 그렇다.

이상조
이상조

포크 음악에 클래시컬한 편곡을 한 그의 노래는 이용과는 다르지만, 커다란 안경에 청재킷을 입고 파마머리를 한 그를 보고 있자면 어쩐지 가수 이용을 떠올리게 된다. 언젠가 "음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추억을 소환하는 호출기"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1980년대 초반을 생각하면 가수 이용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 나의 모습이 생각나고, 그 생각은 자연스럽게 십 년의 시간을 넘어 1993년으로 이어진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있고, 나는 지금 파올로 프레스쿠라의 노래를 듣는다. Ricordarmi라는 노래가 시작되면서부터는 빗줄기가 세차게 바뀌어 스피커에서는 그의 노래가, 창밖에서는 빗소리가 들린다. 그러다가 문득 '이용의 차 번호가 1031라고 하던데, 진짠가?'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 피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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