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초도는 천안 위례… 무대에서 "이제는 진실을 기록하라" 울림

남녀 주인공 온조役 이승민 과 서련役 린지. /어니스트씨어터
남녀 주인공 온조役 이승민 과 서련役 린지. /어니스트씨어터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천안문화재단이 다시 한 번 백제의 역사를 다룬 창작극을 선보였다.

백제의 초도를 천안 직산으로 지목하는 연극 '시크릿 오브 위례'가 지난 9~10일 천안예술의전당 소공연장 무대에 오른 것. 2014년 제작된 뮤지컬 '소서노'에 이어 7년 만이다.

뮤지컬 소서노와 연극 시크릿 오브 위례는 모두 직산 백제 초도설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교차점이 많다.

뮤지컬 소서노의 "백성을 품을 수 있는 나라를 꿈꿨고, 천하대안의 땅 천안에 그 씨앗을 뿌렸다"는 외침을 온조에게 녹인 연극 시크릿 오브 위례는 '직산 백제 초도설'을 부정하는 주류학계에 전달하듯 "이제 진실을 기록하라"고 외친다.

삼국유사, 세종실록 등 각종 문헌에 기록돼 있는 백제의 초도는 천안 직산 위례성이다. 다만, 삼국사기에는 백제의 첫 수도를 북대한수(北帶漢水:북쪽으로 한강이 띠를 둘렀다는 뜻)라고 기록하고 있고, 대부분의 역사학자는 '한수'를 한강의 옛 고어로 보고 있다. 그러나 향토사학자들은 '큰물'로 해석하고, 안성천이 삼국사기에서 기록하고 있는 한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추홀 역시 아산시 인주면 밀두리라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1986년 김성호 박사의 '비류백제와 일본의 국가기원(지문사, 1986)'에서 구체화 됐으나, 직산 백제 초도설과 함께 학계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크릿 오브 위례는 수많은 문헌에서는 백제의 첫 수도 '위례성'을 직산(천안)으로 기록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헌 기록과는 달리, 백제의 수도를 다른 지역으로 해석하는 것에 주목했다.
 

시크릿 오브 위례의 오광욱 연출. /유창림
시크릿 오브 위례의 오광욱 연출. /유창림

연출을 맡은 오광욱 극단 어니스트씨어터 대표는 "공연문화라는 것이 창작자의 자유로운 상상이지만 책임이 뒤따른다"면서 "연극을 준비하면서 많은 고증 자료를 확인했고 주류학자들이 직산이 아닌 성남이나 용인을 백제 초도로 보는 것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한 학파에 함몰될 것이 아니라 역사의 기록을 현대인들이 어떻게 바라봐야하는 것인지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극이 역사의 고증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온조왕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서련은 완벽히 창작된 인물이다. 온조국의 기록에는 여성의 이름이 없다는 점에서 착안한 연출자의 창작물이다. 서련은 극에서 역사의 오기(誤記)에 대한 책임을 묻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이기도 하다.

관객에게 직산 백제 초도설을 기반으로 '기록이 가진 의미'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있는 '시크릿 오브 위례'는 안타깝게도 당분간 관객들을 만나기 어려워 보인다.

1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이번 공연을 기획한 천안문화재단은 추가 공연에 대한 계획은 잡아놓지 않고 있는 상태.

오광욱 연출은 "배우들도 장기공연을 원하지만 마음대로 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면서 "다만 백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백제를 통해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크릿 오브 위례의 극작, 연출은 연극 '덕혜옹주', '유관순 9월의 노래', '사법살인59 죽산 조봉암' 등 역사적 사건을 꾸준히 재해석하며 호평 받은 바 있는 오광욱 연출이 맡았다. 오광욱 연출은 윤대성희곡상을 수상하며 극작력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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