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여행] 김홍철, '건축의 탄생' 저자

안도 다다오의 타임즈 / wikimedia
안도 다다오의 타임즈 / wikimedia

일본 교토 산조 거리에 붙어있는 다카세 강은 수심 10cm에 폭 5m 정도의 작은 강이다. 사실 크기를 보면 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작아 냇가로 불러도 될 만한 크기이다. 다카세 강은 한때 교토시 도시개발이 한창 진행되면서 주변에서 흘러들어오는 폐수 때문에 수질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 결국 버려졌다.

시간이 흘러 1986년, 한 건축주가 엉망이 된 이 지역에 건물을 지어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며 안도 다다오를 찾아왔다. 건축주는 건축면적 형태대로 짓길 원했고, 큰 도로가 있는 산조 거리 방향으로 입구를 내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효율성보다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 안도는 그런 고리타분한 건축은 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건물에 유입될 거라고 믿었기에 건축주의 생각과는 달리 안도는 입구를 산조 거리가 아닌 강 방향으로 내자고 제안했다. 그러면 사람들이 냇가로 자연스럽게 모여들어 자연 경관과 어울리는 건축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이런 건축 방식은 교토의 가모강변에 있는 건축방식과 흡사했다. 교토에서 평생을 살았던 안도의 무의식에서 비롯된 건축방식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역적 맥락을 고려했음이 틀림없다. 거기다가 1층 테라스 바닥은 물의 수심보다 겨우 20cm 정도만 높게 만들어 타임즈가 마치 물 위에서 항해하는 보트처럼 보이길 원했다. 그런 안도의 과감한 건축 제안을 교토시에서 받아줄 리가 없었다. 비가 많이 오는 날 수위가 올라 건축물 안으로 물이 들이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안도는 교토의 평균 강수량을 모두 계산을 해서 만들어낸 결과라며 시의 거절을 다시 반박했다.

교토시는 이례 없는 건축이라며 안도의 제안을 거듭 거절했으나, 안도는 자신의 계획을 확신하며 저돌적인 성격으로 결국 교토시에 승인을 받아냈다. 나중에 안도가 한 이야기로는 교토시가 천재지변이 일어날 시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한 것이라고 비판했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타임즈는 완공되자 엄청난 관심을 받았고, 많은 사람이 드나들어 지역에 활기를 되찾았다. 타임즈의 유명세는 주변 상권을 일으키더니 결국 교토시를 움직였다. 교토시는 법을 제정해 심각하게 오염되었던 다카세 강에 물고기가 돌아올 정도로 수질을 깨끗하게 되돌려 놓았다.

김홍철 '건축의 탄생' 저자
김홍철 '건축의 탄생' 저자

작은 건축 하나가 죽어가던 지역 하나를 살린 것이다. 안도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그의 저돌적인 기질을 발휘해 끈질기게 건축주를 쫓아다니며 타임즈 바로 옆에 타임즈II를 만들자고 요청했다. 몇 번이고 허락할 때까지 쫓아다녔다고 한다. 계속 거절만 하던 건축주도 안도가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알고 결국 타임즈 II를 짓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안도다다오의 타임즈가 완성이 되었다. 가치라는 건 우선 자신을 믿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걸 확신이라고 한다. 확신은 다시 가치를 만들어낸다. 가치라는 건 보이진 않지만, 그 하나가 자신을 빛나게 하고, 또한 주변마저 아름답게 만든다. 안도는 자신의 확신으로 교토의 죽어가는 지역을 살리는 가치를 완성해 세상을 아름답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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