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주시 건축디자인과장 백두흠

청렴과 관련된 일화다. 조선 11대 임금 중종은 공직자 청렴을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궁궐에 들어오는 문을 3개 만들고 청문(淸門), 예문(例門), 탁문(濁門)으로 이름을 새긴다. 그리고 신하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생각해 문을 골라 통과하게 했다. 청문은 맑고 깨끗한 사람이, 예문은 예사(보통) 사람이, 탁문은 깨끗하지 못한 사람이 통과하는 문이다.

신하들은 청문으로 입장하기를 꺼렸다. 탁문 역시 부정부패를 저질렀다고 스스로 선언하는 길이니 꺼려 했다. 예문은 적당한 사람이 출입하기 좋은 문으로 많은 신하들이 예문으로만 통과하자 중종은 실망한다.

이때 문장가로 여러 벼슬을 거친 조사수는 당당히 청문을 통과했다. 조사수가 청문으로 통과하자 아무도 그를 제지하거나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만큼 조사수는 청렴했고 당당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울 것이 없다는 것을 당당히 보였던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청렴한 관리에게 청백리(淸白吏)라는 명예를 주었는데, 조사수가 바로 청백리였다. 중종의 3개 문은 관리들에게 청렴할 것을 주문하는 준엄한 경고였다.

시간이 엄청나게 흐른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점에 다소 억지스럽겠지만 우리 공직사회에 중종의 3개 문을 만들고 통과하게 한다면 나와 우리는 과연 어떤 문을 선택하게 될까.

학연, 지연, 혈연에 얽매여 크고 작은 부탁(청탁)에 눈 감은 적은 없었는지, 또는 부당한 부탁(청탁)을 한 적은 없었는지, 시민의 세금으로 구입한 각종 공용물품을 헛되이 사용한 적은 없었는지, 본연의 업무보다는 인사(人事)에 몸달아하며 업무에 소홀한 적은 없었는지, 출장과 초과근무를 헛되이 사용한 적은 없었는지 등등. 우리들 중 과연 몇이 당당하게 청문을 통과할 수 있을까? 청렴을 기치로 한 중종의 3개 문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공직자의 처신과 몸가짐을 깊이 생각하게 한다.

백두흠 청주시 건축디자인과장
백두흠 청주시 건축디자인과장

청렴을 일상화하기 위해 우리 부서도 매월 셋째 주 수요일에 30분 정도 직원 모두가 참석한 가운데 '청렴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 알선 청탁의 금지, 직위의 사적 이용금지, 이권개입 금지, 예산의 목적 외 사용 금지, 인사 청탁 등의 금지, 직무관련자와의 사적 접촉 제한, 특혜의 배제 등. 교육과 함께 토론도 실시한다. 퇴직 공무원과의 만남에 대한 신고 등에 대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직원도 있고 반론을 제기하는 직원도 있다. 이와 같은 행위를 통해 우리는 더 깨끗해지고 투명해지고 나아지고 있다.

공직자로서의 남은 물리적 시간은 우리 모두 각자 다를 것이다. 하지만 청렴을 생활화하고 이익을 삼가고 경계해 공직을 마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날 당당히 청문(靑門)을 통과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