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칸의 징비록(懲毖錄)
아프칸의 징비록(懲毖錄)
  • 중부매일
  • 승인 2021.09.14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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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장영주 국학원 상임고문·화가

미국이 아프카니스탄(아프간)에서 어설프게 철수하자 카불에서는 아비규환의 실시간 지옥도가 그려지고 있다. 공항을 가득 메운 난민들과 비행기의 바퀴라도 걸터앉았다가 두 명이 까마득한 허공에서 점이되어 추락하는 광경을 보았다. 듣기 좋게 철수이지 1975년 4월, 남베트남 치욕적 패망에 못 지 않는 참극이 아닐 수 없다.

2021년 9월1일, 아프칸 남부의 칸다하르 도심에는 탈레반의 깃발이 걸린 미군의 험비와 최신 장갑차 수십 대가 등장했다. 이 차량에는 승리에 한껏 취한 탈레반들이 타고 있고 미국이 자랑하는 블랙호크 헬기에도 탈레반의 깃발을 걸고 날고 있었다. 2003년 이후 미국이 아프간 정부에 공급한 무기는 전투차량 험비 2만5천여 대, M4 소총 36만여 정, 기관총 6만4천여 정 등 870억 달러로 100조 원이 넘는다. 일반 총기, 차량, 헬기 외에 방탄장비, 통신기기, 야간투시경, 생체기기 등 최첨단 장비들에 더하여 아프간 공군의 항공기 167대도 탈레반의 수중에 떨어졌다. 국방력 세계 6위정도로 소개되는 우리나라의 올해 국방비가 52조원이니 거의 두 배가 된다. 러시아제 AK-47 소총에 낡은 일반트럭으로 이동하던 반군들에게는 천문학적인 액수일 것이다. 압도적인 성능의 미군군비를 대거 획득한 탈레반의 화력이 막강해진 것은 물론 인접국의 암시장을 통해 테러 단체나 북한 등으로 수출 할 수도 있으니 우리에게도 근심꺼리가 될 수 있다.

전쟁에서는 진격작전보다 철수 작전이 더 어렵다고 하지만 '인류 최고 철수작전'으로 불리 운 '흥남 철수작전'도 있다. 1950년 12월, 갑작스런 중공군의 개입으로 퇴로가 끊긴 미군은 추위와 공포에 떠는 북녘 땅의 피란민 10만 여 명을 구출하여 흥남 항을 통해 함께 철수하였다. 특히 마지막 배인 '메러디스 빅토리 호'(7천600t. 선장, 레너드 라루)는 미군의 군수품 수송을 위탁받은 군용화물선임에도 가득 실린 소중한 무기와 화물을 모두 바다에 버리고 무려 1만 4천 명의 피란민을 탈출시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하였다.

아프간을 제국의 무덤이라면, 아프간의 지뢰밭을 와칸 계곡(호밀)이라고 한다. 파미르 고원의 남단부에 넓이 2㎞, 길이 241㎞에 이르는 협곡이기에 와칸 회랑이라고도 한다. 1천300 여 년 전, 고선지 장군과 혜초도 이곳을 건넜다. 와칸 회랑의 국경 너머는 '서역'으로 불리는 중국 령의 동(東)투르키스탄으로 이어진다. 이곳의 주민은 위구르(Uyghur)족으로 아프간과 같은 이슬람의 수니파이다. 그들은 대대로 중국의 간쑤, 둔황, 투르판 등지에 자신들의 왕국을 세워 동서교역, 유목과 농경문화를 융합한 수준 높은 문화를 지켜 왔다. 1884년, 청나라는 서역을 점령하고 새로운 영토로 편입시켜 신강성이라 명명했다. 1955년 중국 공산당은 인구 천만 명에 국토의 6분의 1을 점유하는 '신장웨이우얼자치구(新疆維吾爾自治區)'를 설치하여 완전히 복속시켰다. 중국 공산당은 위구르 인들의 고유한 종교와 문화를 무시하고 잔혹한 탄압으로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 머지않아 와칸 회랑을 통해 막강해 진 탈레반 화력의 지원을 받은 신강위구르 인들의 독립운동은 거세게 재 점화 될 것이다. 중국 공산당에게는 어떤 업보가 기다리고 있을까?

탈레반의 전광석화와 같은 카불점령에 미국과 여러 나라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국민과 아프간 인들을 최대한 하늘로 실어 날랐다. 그러나 공항은 이미 포위되었고 영국과 독일 같은 선진 강대국들도 줄줄이 포기하거나 소수의 인원만을 살려 나올 수 있었다. 500 명을 탈출시키려던 일본은 단 1명만을 구출 하였을 뿐이었다. 이때 우리나라는 은밀, 신속, 정확, 강력하고도 동시에 섬세한 철수 작전을 펴 우리 국민들과 391명의 아프칸 인들을 그들의 기족과 함께 한국으로 무사히 데려 왔다.

숨 가쁘게 펼쳐진 대한민국공군의 '미라클 작전'은 완벽한 성공으로 말처럼 기적을 만들어 내었다. 작전성공의 이면에는 인원파악, 은밀한 집결, 영공통과, 활주로 확보, 피격대비, 여권, 외국 특히 미국과의 협력, 위생, 심리 등 산적한 외교, 군사적 장애를 재빨리 정확하게 넘어야 했다. 작전에 투입된 군인 외에도 한사람이라도 더 구하려고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킨 대사관 직원들과 마지막까지 도운 교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초인적인 노력이 있었다. 정확한 예견력, 철저한 준비력, 빠른 실행력, 임기응변력, 공포를 극복한 인내력, 일사불란한 최 상승 협력 작전이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미라클 작전은 그들의 가족을 함께 탈출시켰기에 안심하고 가담할 수 있었다. 일본은 당사자만 알아서 공항으로 오라고 했다니 성공한들 아프칸 인들은 얼마나 불행한 생이별의 이산가족이 되었을까? 도우려는 마음의 발상자체가 달랐던 것이다. 입국 후에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따뜻하게 환영하고 아프간 국민을 난민 아닌 공로자로 극진히 예우했다. 이로써 꼭 10년 전인 2011년 1월 대한민국해군의 '아덴만의 여명작전'의 성공과 함께 우리 국군과 대한민국 국격의 위상이 세계에 떨치게 됐다.

장영주 국학원 상임고문·화가
장영주 국학원 상임고문·화가

이 모든 것이 한민족 고유의 홍익의 넉넉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따뜻한 인간애와 철석같은 신의에서 비롯된 일이다. 이제 국제정세의 격랑을 넘어 선진 대한민국으로 우뚝 서서 널리 세계를 돕는 '새로운 징비록(懲毖錄)'을 쓸 때이다.

한가위 밝고 등근 달에 '대한민국이 만들어 내는 지구촌의 평화'를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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