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 외길 간 교수들, 생전 업적 재평가"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고인이 되신 교수님이 명예교수로 추서됐다는 소식을 친히 전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추서제도를 추진하신 교수님, 너무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남은 가족을 대표해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재직 중 사망한 교수가 명예교수로 인정 받은 첫 사례가 나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충북대(총장 김수갑)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난달 26일 '명예교수 추서제도'를 통해 고인이 된 12명의 교수를 9월 1일 명예교수로 추대했다.

추서제도는 이융조 충북대 명예교수 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이 회장은 "이번 대상자 중 임상묵 교수께서 위암으로 투병중일 때 '8월까지만 살아 있으면 명예교수가 될텐데 안될 거 같다'는 얘기를 몇번이나 했는데 결국 5월에 돌아가셔서 명예교수를 못했다"며 "학자로서 충북대에서 몸담고 헌신했지만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명예교수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 참으로 안타까웠다"며 이에 대한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해 6월 명예교수 회장이 되자마자 김수갑 총장을 찾아 추서제도를 건의했고 학교는 교무위원회 회의를 거쳐 인사규정을 마련했다.

명예교수 추대에 대한 사항은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교육부령 규칙을 통해 규정돼 있다. 자격요건이나 절차는 대부분 학칙을 통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

충북대의 '겸임교원 등 임용에 관한 운영 규정'에 명예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전임교원으로 충북대에서 15년 이상 재직하고 ▷재직기간 중 모범이 될만한 교육 및 학술 업적을 남겼으며 ▷중징계 처분을 받거나 교원의 의무, 품위를 해친 일이 없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모든 경우를 충족하더라도 고인인 경우에는 관련 규정이 없어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이에 충북대는 지난해 12월 24일 '재직 중 교원이 자격을 갖춘 경우에는 명예교수로 추서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를 계기로 명예교수 추서 대상이 된 충북대 교수는 12명이다.

정인상(국어국문학과), 채쾌, 장수익(생물학과), 김경표(건축학과), 이재석(토목공학부), 민용규(식품공학과), 김선규(원예과학과), 박원규(목재·종이과학과), 조항근(국어교육과), 김창범(체육교육과), 임상묵, 이완호(조형예술학과) 교수다.

이 회장은 "지난 1일 선정된 교수 유족들에게 명예교수 추서장을 우편으로 전달했다"며 "오는 27일 개교 70주년을 맞는 해에 명예교수 추서제도를 전국 최초로 실시한 것은 큰 자랑"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명예교수로 추서된 이완호 조형예술학과 교수 부인인 연영애 서원대 명예교수도 "처음에는 돌아가신 분께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조형예술학과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이완호 교수에 대한 흔적조차 없어 허망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명예교수로 추서돼 학생들에게 이름이라도 기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며 "살아있어도 명예교수 추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고인이 되신분들을 찾아서 예우를 해주시니 참 의미있고 감사한 일"이라고 밝혔다.

충북대 명예교수 추서제도 소식을 접한 9개 거점국립대 명예교수회 연합체인 거점국립대학명예교수연합회에서도 추서제도 도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다른 국·사립 대학에서도 비슷한 분들이 많을 텐데 추서제도가 확산돼 그분들의 업적이 재조명 받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수갑 충북대 총장은 "전국에서 처음 실시되는 이 제도는 충북대를 넘어 전국의 4년제 대학에서 이를 수용해 이미 고인이 된 작고 교수의 업적을 재조명해 대학발전의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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