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면피용'이나 다름없는 결과 발표에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재조사를 하기로 한 청주 북이면 주민건강영향조사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관부서인 환경부 장관이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논란이 된 내용 등 조사의 개선과 보완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방법이나 항목이 아닌 조사의 이유와 방점을 바꾸겠다고 한다. 지금 당장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에도 주민들의 궁금증을 최대한 밝혀보겠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모양새를 구겼던 주민건강영향조사가 설 자리를 다시 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시설 증설이 이어지면서 20년도 안돼 처리물량이 36배나 늘어난 북이면의 주민건강조사는 소각시설과의 연관성이 핵심이다. 물론 1년여에 걸친 1차조사에서도 이와관련된 부분들이 집중적으로 다뤄졌지만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 검사 수치상 유의미한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는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체내 카드뮴 과다와 일부 암의 고발생율 등 확인된 이상소견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못했다. 이 정도 결과라면 조사에 대해 신뢰하기 어려운게 당연하다. 주민들의 의구심만 더 커졌을 뿐이다.

무엇보다 1년여의 조사로 잠복기가 10년 이상인 암과의 연관성을 확인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 애초부터 접근이 잘못됐다. 어차피 기간이 너무 짧아 제대로된 조사는커녕 유의미한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면 그에 맞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길게 보고 조사단계를 나누는 것도 그래서 필요해 보였다. 결국 매듭을 서두른게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 이런 문제를 이번엔 살피겠다고 하니 기대를 갖고 지켜볼 따름이다. 더구나 북이면은 소각시설과 관련된 첫 주민건강영향조사여서 지금이라도 방향을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

현재 전국적으로 북이면에 이어 충남 천안, 강원 횡성 등에서 소각시설에 의한 주민건강영향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경북 포항시는 지난 8월 자체적으로 자원순환시설에 대한 주민건강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2년전 설치된 소각시설 등 무려 10년간 진행할 계획이다. 이처럼 소각시설에 의한 주민건강영향이 새로운 환경문제가 되고 있다. 소각장 등 각종 오염배출시설이 주거공간 가까이에 있는 만큼 이는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인과관계를 밝히기란 결코 쉽지 않다. 논란과 갈등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같은 흐름속에서 건강영향조사가 국민들의 건강보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면 조사의 틀과 접근방벙을 달리 해야 한다. 광범위하게 살펴보고 의심되는 부분을 찾아내는 정도에 그쳐서는 안된다. 명확한 인과관계는 아니어도 유추할 수 있을 만한 밑그림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이면 재조사부터 새로운 자세로 새롭게 진행해야 한다. 원인 입증은 나중으로 미루더라도 주민들의 피해상황은 먼저 확인돼야 한다. 그래야 후속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이참에 환경관련 건강영향조사가 한걸음 더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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