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런저런 명목으로 지원되는 코로나 재난지원금이 거듭되다보니 이제는 'n차'를 넘어 그냥 지원금이 됐다. 지급대상도 그때그때 바뀌고 지원금액을 정하는 기준은 여전히 알 수가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처음 시행때 제기됐던 지급여부에 대한 논란은 자취를 감춘 대신 수령여부에만 관심이 쏠릴 뿐이다. 이번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소위 '상생 국민지원금'은 이같은 상황을 잘 보여준다. 소득하위 88%라는 기준부터 이상하더니 이의신청이 봇물이다. 지자체별 형평성이 다시 불거지고 부정수급까지 등장했다.

지급기준이 들쭉날쭉이고 애매하니 이의신청이 쏟아지는 건 당연하다. 게다가 소득하위 88%는 어려움을 나누기에는 지나치게 많고 단순 위로라면 12%를 뺄 이유가 없다. 결국 부담스러운 전 국민 지급을 피하면서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주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매번 이런 식이니 수차례 지급이 이뤄졌는데도 줄 때마다 혼란스럽다. 30만건이 넘는 이의신청은 이의 한 단면일 뿐이다. 지급대상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일부 지자체에서 자체재원으로 100% 지급을 시행해 또다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형평성에 대한 지적이 또 다른 형평성 문제를 낳고 있다. 인접 시·군인데도 처지가 달라 위화감마저 줄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하나의 공동체인데도 어느 지자체에 사느냐에 따라 직접적인 처우가 달라지는 문제를 그냥 넘기는게 옳은 일인가. 하긴 이런 일을 기회삼아 유력 대선주자가 된 이도 있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그렇지만 이런 문제들을 간과해서는 뒤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뒤탈을 그냥 넘기다보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지금이라도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양해진 지급방법을 이용해 불법으로 환전하는 '깡'이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얼마전 대기업 계열사 등 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는 소비처에서 편법으로 결제하는 일도 벌어졌다. 코로나 피해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이런 일이 버젓이 일어나는 것은 무차별 지급이 낳은 병폐로 봐야 한다. 곁가지일 뿐이라고 해도 짚고 넘어가야만 한다. 다시 있어서는 안될 일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지금까지 재난지원금과 관련된 문제점이 개선된 적이 없다. 매번 상황이 바뀌니 그럴 기회도 없다.

코로나 재난지원금은 소상공인을 비롯해 바닥경기와 서민경제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성과는 기대에 크게 못미친다. 고가의 제품이 더 잘 팔리고, 시장 등의 반응도 뜨뜻미지근하다. 지자체들의 재정운영에도 부담만 준다. 지역소상공인을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지지체가 지역사정에 맞게 알아서 시책을 펴는 게 더 효과적이다. 이를 뒷받침하는게 정부가 할 일이다. 앞에 나서서 생색만 내려하지말고 진짜 도움이 되는 일에 매진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게 지나친 욕심은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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