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남궁형진 정치행정부

자신이 정당한 업무를 하고도 대가를 받지 못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것도 10년 넘게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오히려 소송을 통해 돌려받은 돈 일부가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가 돼 손해가 더 커진다면?

유감스럽게도 이 상황은 충북의 소방관들이 10년 넘게 겪고 있는 모습이다.

충북소방본부 소속 소방관 231명은 지난 2009년 도를 상대로 초과근무수당 반환 소송을 제기, 1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 가지급 형태로 69억5천만원을 돌려받았다. 당시 도는 이 판결이 대법원까지 유지되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912명의 소방관이 받아야 할 92억원 가량 역시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도가 제기한 항소심이 10년 넘게 계류되면서 상당수의 소방관은 수당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2019년 대법원이 초과근무수당 중 휴일근무수당과 시간외근무수당의 중복 지급은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1심 판결 뒤 초과근무수당을 받은 소방관은 약 20억원을 돌려주는 것도 모자라 수억원의 이자까지 추가로 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소방관들은 물론 충북도의회에서도 도가 선제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장선배 도의원(더불어민주당·청주2)은 지난 2일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소방공무원 미지급 초과근무수당을 민선 7기 내에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몇 년이 소요될지 모른다"며 "해당 직원의 사기진작과 형평성 확보를 위해 예산을 반영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소방지부도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합의를 통한 소송 종결을 요구했다. 특히 그들은 도가 소송을 지속하는 것은 휴일근무수당 법정이자 상계를 통한 수당 줄이기를 위한 꼼수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시종 지사는 묵묵부답이다.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소방관들의 목소리도, 소방관의 처우 개선은 둘째 치고 일한 수당만큼은 돌려줘야 한다는 주민들의 요구도 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법원판결까지 기다리겠다는 방침만 내세울 뿐 어떤 언급도 없다.

남궁형진 정치행정부

충북 소방관들이 부당한 수당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소방관들이 소송을 제기했을 당시부터 현재까지 도정을 이끈 지사 임기가 이제 1년도 안 남았다는 점에서 이 지사가 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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