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족최대 명절 추석이 지나자마자 공공요금이 들썩이고 있다. 전기요금이 8년만에 오른데 이어 수도·가스요금도 인상이 예정돼 있으며 버스·철도 등 대중교통요금과 고속도로 통행료 등도 심상치않다. 올 연말쯤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벌써부터 물가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음식값, 서비스품목 등 소비자물가가 지속적으로 올라 올 물가상승률이 전망치를 넘어설게 확실해 보인다. 여기에 계란 등 농축수산물 가격 폭등과 석유류의 지속적 인상 등 널뛰는 물가에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 여름 이상기온으로 농축수산물 작황이 안좋아 이미 추석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는 크게 오른 바 있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 이후 배달료가 추가되면서 급등한 음식값과 개인서비스 요금의 인상폭도 상당하다. 이에따라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5개월째 2%대의 인상률이 계속되면서 9년만에 올 물가상승률이 2%를 넘게 됐다. 9년만이라는 기간이 말해주듯이 올해 물가인상은 최근 그 어느 해보다 심각하다. 이런 가운데 공공요금 줄인상이 예고됐으니 물가불안이 한걱정일 수 밖에 없다.

손실누적 등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더 미룰 수는 없었겠지만 이로 인해 수도료와 다른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이들의 경우 수년동안 미뤄졌던 인상요인들의 반영 요구가 잇따를 전망이다. 이는 결국 자자체들의 살림을 압박하고, 소비자들의 지갑을 얇게 만든다. 국민지원금 등에 국민들의 이목이 쏠려있는 사이에 주민들의 경제생활 여건이 점차 악화됐던 것이다. 지금의 잇단 공공요금 인상 예고는 드러나지 않았을 뿐,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계속 문제를 미루기만해 한번에 터지게 된 것이다.

지금의 공공요금 인상은 올해 물가불안의 정점을 찍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 특성상 다른 물가를 자극하는 등 인상 도미노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올들어 오른 물가들도 감당하기 버거운 서민들로서는 올 연말이, 이어질 내년이 더 걱정이다. 게다가 올 여름과 같은 이상기온의 발생 주기가 점점 짧아질 것이란 기상 전망이 더해지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 보인다. 지금처럼 미루고 감추는 방식으로는 문제만 더 키울 뿐이다. 조정이 가능한 공공요금의 탄력성을 유지시켜야 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넘치는 유동성에 물가를 안정적으로 이끌 기회를 놓쳤다. 코로나 경제대책 역시 미봉책이다보니 경기도 못살리고 물가인상의 여지만 키웠다. 게다가 이 문제들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계속해서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물가를 안정시킬수 있도록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풀고, 소상공인 대출만 늘리는 것은 유동성에 따른 물가불안을 방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불가피한 공공요금 인상은 어쩔수 없더라도 이를 전체 물가의 틀속에서 여파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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