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위법 위반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태어난 조례안에 따라 내년도 충북의 생활임금이 정해졌다. 1만326원으로 전국 지자체 평균 금액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가 고시한 내년 최저임금 9천160원 보다는 1천166원이 많다. 시급이 1천100원 넘게 높아져 하루 일당은 약 1만원 가량 늘어나게 됐다. 적다면 적을 수 있지만 결코 낮은 금액은 아닌 것이다. 여기에 더해 지급대상을 충북도와 도 산하 출자·출연기관 소속 근로자로 한정했다. 논란 확산을 막자는 의도로 보여진다. 그런데도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의 주장은 조례안에 명시된 대상자 모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례안 제정 논의때부터 지적된 부분을 무시하고 지급대상을 제한하지 말라는 얘기다. 하지만 대상자에 대해서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이미 나와있다. 건드려봐야 '긁어 부스럼'일 뿐이다. 제정 당시 타 지자체 상황 등 적법성 여부를 따지는 것이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 넘어갔던 부분을 다시 들춰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조례 재의요구를 막판까지 고심한 충북도의 결단이 무색해진다. 눈 앞의 이익을 쫓다보면 더 큰 것을 잃는 법이다.

충북 생활임금의 첫 결정과정에서 위원들이 치열한 논의 끝에 표결까지 갔다는 것은 이 조례안의 현실적인 상황을 말해준다. 태생적인 한계와 문제점 때문에 논란이 거듭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나마 첫 결정을 통해 큰 흐름을 잡은 만큼 앞으로 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주민청구를 받아 이를 추진한 입장에서야 하루빨리 자신들이 원했던 수준이 되길 바라겠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적용 대상 등 시행상의 과제는 집행기관에 맡기는 게 맞다. 기운 잣대를 억지로 들이밀면 모든 게 기울어 보인다.

이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생활임금이 의미를 갖는 것은 근로자들에 대한 실질적 혜택 때문이다. 물가상승률, 생계비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를 민간기업 등에게까지 적용시키는 것은 다른 차원의 얘기다. 지자체에서 소속된 근로자들에게 더 나은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야 자체적인 일로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무를 위탁받거나 공사·용역 등을 제공하는 민간 기관·단체까지 강제할 수는 없다. 이를 인정하는 게 생활임금 안착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결국 처음 정해진 충북생활임금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이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이 달려있는 셈이다. 멀리 넓게 보고 보다 많은 근로자들에게 혜택이 갈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타당하다. 당장 법적 근거가 미비한 처지에 지나친 요구는 판이 뒤집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법적 문제를 알고도 조례를 제정한 충북도의회의 입장에서도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속도조절에 힘을 보태야 한다. 여러 난제를 감수하며 어렵게 첫발을 뗀 만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모두를 위해서라도 생활임금은 길게 봐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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