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최근 온라인 공간에서 '시발비용', 쓸쓸비용', '멍청비용'등의 용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들 모두 돈과 관련된 신조어다.

시발비용은 욕설인 'X발'과 '비용'이 합쳐진 단어로 홧김비용으로도 불린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굳이 쓰지 않았을 비용으로, 트위터 공간에서 친구들과 욕설을 섞어가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쓴 비용을 얘기한 것이 유래가 됐다.

쓸쓸비용은 홀로 있는 게 싫거나, 쓸쓸해서 지출하는 돈을 말한다. '코로나 19'시대 여러 고통 중 하나는 외로움. 혼자 있기 싫어서 사람이 많은 카페에 가거나, 외로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음은 오늘 우리가 말하려고 하는 멍청비용이다.

꼼꼼하게 따져봤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추가 비용으로, '내가 멍청해서 추가로 발생한 돈'을 말한다.

'스타트업' 시장에서도 멍청비용은 빈번하게 나타난다. 스타트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성공할 확률은 10%가 안된다. 상당수는 실패하고 그럴 때마다 멍청비용을 지급한다.

시작하지 않았으면 얻을 수 있었던 수익, 기획비용(機會費用)까지 생각하면 멍청비용은 더욱 뼈아프다.

비용과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서도 효과적으로 아이디어만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시장(市場)이 급격히 바뀌거나, 사라져 버리기 전에 실패를 빠르게 알아낼 수 있다면 효과적이지 않을까?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검증하는 대표적인 툴(TOOL)로는 비즈니스모델캔버스(BMC),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애자일(Agile), 린스타트업(Lean Startup), 프리토타이핑(pretotyping) 등 다양한 방법론이 있다.

그중에서도 스타트업의 바이블 격인 린스타트업이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측정하는 것을 반복해 성공 확률을 높이 것'인 린 스타트업은 경영 방법론 중 하나다. 일본 자동차 회사 '도요타'의 린 제조(lean manufacturing) 방식을 참고해, 2011년도 미국 벤처 창업가 에릭 리스(Eric Ries)가 출간하면서 대중화 됐다.

린 스타트업의 핵심은 "만들고, 측정하고, 학습"하는 것을 빠르게 반복하면서 문제해결 방안을 고도화하는 것이다. 특히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한의 실행 가능한 제품)를 통해 제품을 만들어내고,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측정한 이후 학습을 통해 보완할 것인지, 아니면 피벗(Pivot, 방향 전환)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

프리토타이핑(pretotyping)은 구글 출신인 알베르토 사보이아가 소개한 것으로 지난해 'The Right It'이라는 책으로 선보였다. 그는 책이 출간되는 방식 또한 프리토타입으로 진행했는데, 소책자 'Pretotype It'을 72쪽 분량의 PDF 버전을 무료로 배포한 이후, 고객의 반응에 따라 내용을 보충하여 출간하는 방식을 택했다.

'The Right It'은 우리말로 직역하면 '바로 그것' '될 놈'이다. 우리는 흔히 대부분의 실패를 '사업아이디어나, 신제품의 기획이 잘못됐거나, 개발이 부족했거나, 마케팅이 허술해서 망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알베르토는 "그냥 그 제품은, 시장이 원하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잘라서 말한다.

잘 만들기 전에, '될 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걸 만들 수 있나'를 시험해보는 프로토타입(prototype, 시제품)을 만들기 전에 '우리가 이것을 왜 만들어야 하나?'에 답할 수 있는 프리토타입(Pretotype)을 통해 검증해보자는 것이다.

'X% of Y will do Z!(적어도 X퍼센트의 Y는 Z할 것이다!)'라고 하는 가설을 숫자로 세워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본 필자가 지금까지 게재한 경제칼럼 원고 중 일부를 프리토타입으로 실험해 본다고 가정해 보자. 우선 광고를 통해 1만 명이 봤고, 2천 명이 '좋아요'를 눌었다. '꼭 보고 싶어요'라는 댓글도 20개 정도 달렸다고 하자.

필자는 그럼 행복할까? 어쩌면 혼자서 흐뭇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별다른 노력과 고민 없이 누를 수 있는 '좋아요'나 응원 댓글은 걸러 내야 한다. 조회 수 역시 '의미 없는 숫자'다. 최소한'1만 원에 구매하기' 버튼을 누르거나 "책이 나오면 꼭 알려주세요. 구매하고 싶습니다."라고 연락을 남긴 고객만이 유의미한 숫자가 될 것이다.

모든 사업 활동은 SPDCA(see-plan?do?check?act)과정거쳐 이뤄진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단계는 SEE다. 진단이다. 진단이 잘못되면 아무리 전략이 뛰어나도 실행조차 할 수 없거나, 고객 필요성에 따라 폐기하게 된다.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모든 실행에는 멍청비용이 뒤따른다.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은 있다. "될 놈을 잘 찾는 것! 그리고 빠르게 물어보고 고도화하는 것이다!"

코로나 시기 다시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이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