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용우 행정학 박사

고려장(高麗葬)의 부활인가? 병든 노부모 좋은 시설 요양원 모시면 효(孝)인가?

옛날에는 사람이 예순 살이 넘으면 산 채로 갖다 버리는 풍습이 있었다. 고려 시대에 있었던 풍습이라 해서 고려장 이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나이 들고 병들면 특별한 치료법이 없었던 시절에 있었을 법한 이야기이지만 고려장을 행했다는 실제 기록은 드물어 다음에 소개하는 고려장과 관련된 일화는 누군가 꾸며낸 이야기 일 수 있다.

고려 시대 어느 마을에 늙은 아버지를 모시고 살던 젊은 부부가 있었다. 그들 부부는 홀로된 아버지와 어린 아들 네 식구가 오순도순 살고 있던 중 하루는 나이든 아버지가 지금으로서는 치매로 보이는 증상으로 가족들이 더는 견딜 수 없는 처지가 되자 마을의 풍습대로 고려장을 행하기로 했다.

젊은 아들은 마음이 괴로웠으나 아버지를 산 채로 지게에 지고 가 산에 굴을 파 모셔놓고 약간의 음식을 넣어준 뒤 지게를 버리고 산에서 내려 왔다. 그런데 함께 갔던 아들이 아버지가 할아버지를 지고 갔던 지게를 찾아 도로 가져 오려했다. 어린 아들은 울면서 아버지에게 말하기를 나도 나중에 아버지가 늙고 병들면 산에 내다 버리기 위해 가져 가려 한다고 말했다.

어린 아들의 말을 들은 아버지는 마을의 픙습이 어떠하던지 간에 늙고 병든 아버지를 산에 버리는 것이 엄청난 불효임을 깨닫고 다시 늙은 아버지를 지게에 태워 모시고 집으로 돌아와 극진히 봉양을 했다. 이후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고을 수령이 임금에게 사건의 전말을 아뢴 뒤 그때부터 고려장의 풍습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오늘의 세태는 어떠한가? 나이 들어 오래 몸져 누워 간병이 필요한 어버이들을 봉양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노인요양시설에 입원 시키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조금만 신경 써 봉양하면 얼마든지 정상생활을 할 수 있음에도 다만 대소변을 받아내기가 어렵고 치매증상이라도 보이면 요양원에 보내는 것이 최선의 효도라는 인식들도 확산 되고 있는 것이 부인 할 수 없는 현실이지 싶다.

이용우 행정학 박사
이용우 행정학 박사

그런데 현재 이 나라의 노인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 등에 입원한 어르신들 57% 정도는 가족들이 조금만 신경을 쓰고 정성을 기울이면 얼마든지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고 절반 이상의 어르신들이 요양원을 벗어나기를 희망하며 가족 옆에서 고종명(考終命)할 수 있다는 한 연구기관의 조사결과가 있다. 상당수 우리의 어르신들이 단지 모시기가 귀찮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이같은 오늘 이 나라의 사회현상이 흡사 고려조에 극성 했다는 고려장이 현대판으로 진화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가 없어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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