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반도체·바이오·미래車, 충북 3대 신성장 동력 이끌어야"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 중 환하게 웃고 있다. /김홍민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 중 환하게 웃고 있다. /김홍민

〔중부매일 김홍민 기자〕청주출신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만 2년에서 8일 빠지는 722일의 역대급 장수 비서실장을 지냈다.

앞서 3선 국회의원과 주중대사를 역임하면서 충청권 대표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말 퇴임 후 9개월여만에 지역 신문사와 처음 인터뷰한 그는 고향 충북의 미래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밝혔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노 전 실장 사무실에서 진행한 이번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해 실시했다. /편집자

노 전 실장은 재임시절 가장 보람된 일로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헬스, 미래자동차산업을 우리나라 미래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자리 잡게 한 것을 꼽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세균 국무총리, 문 대통령, 노영민 비서실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세균 국무총리, 문 대통령, 노영민 비서실장. /연합뉴스

그는 2019년 1월 비서실장 취임 직후 '미래 신성장산업 육성 정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적극 수용하면서 경제계와 직접 소통하라고 주문했다.

당시 삼성전자가 반도체 파운드리 세계 1위를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고, 자동차용 반도체 국내 생산 확대를 추진했다.

이외에도 관계부처와 협력으로 바이오시밀러, 바이오 위탁생산(CMO)을 지원해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노 전 실장은 수소차, 전기차, 자율주행차, 이차전지 산업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이끌어내는데도 역할을 했다.

반면 그는 2019년 2월 개최된 북·미 하노이정상회담 결렬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노 전 실장은 "북·미간 비핵화의 최종단계에 대한 정의 문제, 영변과 플러스 알파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크게 남는다"고 말했다.

대화는 충북으로 이어졌다.

충북도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미래 주력산업에 대해 질문했다.

그는 "충북은 미래 먹거리산업에 대해 타 시도에 비해 내실 있는 준비와 성과를 동시에 이뤄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특히 문재인 정부의 신산업 육성 기조에 맞춰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태양광, 화장품 뷰티산업 등 10대 신산업을 집중육성하고 있다"며 "그 결과 2020년 기준 태양광 셀 생산 규모 73%, 태양광 모듈 생산 규모 63%로, 바이오산업 수출액 전국 2위를 차치했으며, 올해에는 오창이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되는 등 많은 성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충북은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미래 자동차 등 신성장산업의 집중육성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청주공항 활성화에 대한 그의 견해가 궁금했다.

청주국제공항 이용객 수는 올해 1~8월 163만명을 기록했다.

개항 후 처음으로 연간 이용객이 300만명을 돌파한 2019년 같은 기간의 164만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노 전 실장은 "청주공항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충북의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김홍민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충북의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김홍민

특히 9월 23일 5년 단위 공항정책 추진 방향을 담은 국토교통부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청주공항은 '중부권 거점공항으로 수요 증가 추세에 맞춰 활성화를 지원한다'고 명시돼 확정됐다.

그동안 공항 활성화를 위해 요구해온 청주공항 활주로 연장, 운항등급 상향 조정, 국제선 여객터미널 독립청사 건립 등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노 전 실장은 "코로나19가 종식돼 국제선 재개와 거점 항공사인 에어로케이의 해외노선 취항 등이 이뤄질 경우 2025년까지 연간 이용객이 500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여기에다 충청권광역철도망의 청주도심 통과와 청주공항까지 연결된다면 수충권(수도권+충청권)을 연결하는 교통 요충지로 여건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전 실장은 청주도심 철도에 대해서도 "낙관 할 수는 없지만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최종안에 따르면 오송~청주공항 구간은 기존 충북선 활용과, 청주도심 관통 노선 신설에 대한 2가지의 노선 중 경제성과 지역발전 영향 등을 고려해 하나의 노선이 선택되는 것"이라며 "지난해 9월 국토부 산하 행복청의 타당성 용역 결과, 청주시 도심 통과노선의 경우 B/C(비용대비 편익분석)가 0.87로 기존 충북선 B/C 0.47보다 높게 나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노 전 실장은 "충청권을 하나의 경제권과 생활권으로 묶는 메가시티 실현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말하고 "또한 광역철도를 타고 진천을 거쳐 동탄까지 연결되는 소위 '수충권 메가시티'가 조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광역철도망 구축으로 발생할 구체적인 효과는 생산유발 2조7천497억원, 부가가치유발 1조4천754억원, 취업유발 4만7천232명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됨에 따라 경제성과 지역발전 영향을 모두 만족시키는 청주 도심 통과 노선을 국토부가 외면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 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서실장 재임 중 재계 인사들과도 두텁게 교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자회사의 충북 이전 가능성이 궁금했다.

노 전 실장은 "기업유치는 인맥과 친소관계를 통해 가능한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교통, 산업의 집약도, 인프라 등 산업기반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충북은 오송 바이오·K-뷰티산업, 오창 방사광 가속기 및 연계산업 육성·이차전지 산업, 진천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반도체 산업기반을 잘 갖추고 있다. 이러한 충북의 이점을 잘 홍보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환경 개선에 대해서는 "교육투자를 늘리기 위한 예산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충북의 학생 1인당 교육투자액 순위는 전국 17개 시·도 중 11위로 매우 낮은 실정이다.

충북의 학생 1인당 교육투자액은 46만7천원으로 전국평균 54만 2천원에 크게 못 미치고, 교육투자액이 가장 많은 전남(75만1천원)과는 30여만원의 차이가 난다.

충북은 충청권에서도 세종(57만7천원), 충남(68만4천원), 대전(47만1천원)과 비교해 가장 적다.

노 전 실장은 "교육투자액 부족은 교육환경 저하와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맞춤형 공교육 기회의 확대와 저소득층 가정의 학습지원을 통해 교육의 질 향상과 교육격차를 해소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 "퇴임 후 평범한 일상을 보내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은 내년 대선이 중요해 그것에 전념하는 게 옳다고 본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는 깊은 고민을 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노 전 실장은 "앞으로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국가와 국민,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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