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창고 관련 자료사진
창고 관련 자료사진

지난 6월 경기도 이천에서 발생한 쿠팡 물류센터 대형화재는 화재에 취약한 물류센터 문제를 살펴보게 만들었다. 이에 전국의 대형 물류센터들에 대한 소방점검이 이뤄지기는 했으나 한편으로 물류창고의 구조적 취약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복잡한 내부설치 구조물 등이 안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같은 형태의 물류센터는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시로 이뤄지는 꼼꼼한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소방관련 시설 유지·관리 점검 결과 창고의 절반 이상이 불량일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이번에 조사된 연면적 1만5천㎡ 이상 전국의 대형물류창고 가운데 불량 판정을 받은 곳은 62.3%에 달한다. 493개소 중 307곳이나 된다. 충청권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46곳 중 59%인 27곳이 걸렸고 충북은 10곳 중 6곳이 적발됐다. 쉽게 말해 10곳 중 6곳은 소방안전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는 것이다. 시설관리 의무위반, 시설 불량, 관리자 업무태만, 자체점검 미실시 등 적발내용 또한 간단치 않다. 더 큰 문제는 물류창고의 특성상 한번 불이 붙으면 대형화재로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점이다.

이천 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전국적인 점검이 이뤄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 조사 결과는 결국 물류센터 화재는 언제 어디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처럼 위험천만인 대형물류센터는 지금도 속속 전국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10년새 전국적으로 4.2배가 늘었다. 개별로는 4천600여곳이 넘는다.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로 7배 넘게 늘었으며 충북이 10배 이상 증가해 증가 폭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충북도내 물류창고 소방안전이 더 주목되는 까닭이다.

물류센터의 소방안전이 더 걱정스러운 것은 대부분 소방시설이 기업 입맛대로 설치되고 있어서다. 대형 화재가 잦은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부터 일어난 대형 화재의 절반이상이 물류센터·창고 등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물류시설이 들어선 곳은 상대적으로 소방용수시설이 미흡해 진화에 애를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물류센터들이 대규모 부지를 필요로 하는 까닭에 교외에 위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청주 인근 등 충북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소방용수 확보 면에서도 여건이 떨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소방용수 설비를 상수도가 아닌 지하수로 하는 경우가 많다. 물류센터가 상수도 의무설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설치비용을 줄이려는 계산이다. 주로 기업과 지자체 협약 형태로 인·허가가 진행되니 이런 문제는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이로 인해 소방용수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기 어렵고 다른 소방설비들의 설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소비양식의 변화로 물류센터 증가가 불가피하다보니 이런저런 안전관리 요구가 많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런 만큼 충북을 비롯한 충청권 물류창고의 안전 우려 역시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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