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국정감사가 상임위별로 진행중인 가운데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국방위 등의 일부 국감은 벌써부터 산으로 가고 있다. 이와 양상은 다르지만 하나마나 일 것으로 예상되는 국정감사도 적지 않다. 굳이 뚜껑을 열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오늘(7일) 예정된 교육위원회의 국정감사도 여기에 포함된다. 감사대상인 피감기관만 8곳인데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 4곳에 서울·인천·경기·강원 등 4곳의 시도교육청이 그 대상이다. 시도교육청 8곳에 대한 국감을 하루에, 한번에 하겠다는 것이다.

감사 대상기관이 많다고 감사 자체가 부실해지는 것은 아니다. 대상이 많고 살펴볼 게 넘쳐도 미리 잘 거르고, 준비를 잘한다면 오히려 효율적인 국정감사가 될 수도 있다. 실제 별다른 내용도 없는데 피감기관을 윽박지르거나, 엉뚱한 질문으로 국감 분위기만 흐트러뜨리는 경우도 꽤 있다. 그런 반면 특정사안에 집중해 짧은 시간안에 상당한 성과를 올린 사례도 적지않다. 결국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며 일에 대한 자세가 관건인 셈이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대상이 많고 넓다면 이를 선별하는 일부터 부담이 된다.

이런 우려가 나오는 까닭은 이미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해 이뤄진 충청권 4개 시도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이를 확인시켜 준다. 예전에도 여러 기관을 한번에 하는 합동 국감은 있었지만 결과가 좋았던 적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갑작스러운 코로나19로 인해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한 논란거리나 지적사항이 적을 수는 있지만 역시 너무 맹탕이었다는게 중론이었다. 국정감사라고 해서 꼭 지적과 질타 뿐인 것은 아니지만 감독과 검사라는 본연의 역할이 빠져서는 감사라 할 수 없다.

더구나 올해 시도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다룰 수 있는 것들 중에는 주목할 만한 것들이 적지않다. 전교조 해직교사 특별채용으로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는 서울교육청만 해도 관심거리다. 충청권에서는 납품비리 의혹과 관련해 수사가 진행중인 충북교육청을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세종시교육감의 선거법 위반 혐의 등도 국감장을 달굴만한 것들이다. 청주 오창 여중생 사건은 지역을 넘어 교육기관의 대응과 법적 미비라는 문제점을 던져줬다. 인천에서 일어난 공모교장 시험지 유출 사건도 간단치는 않아 보인다.

이런 굵직한 사안들 외에도 대상기관이 8곳이고 해당 지역이 국토의 절반에 이른다면 다뤄야 할 것들이 차고 넘칠 것이다. 앞서의 사안들과 광대한 범위를 다 다루려면 아무리 좋게 봐도 하루는 너무 짧다. 더구나 8개 기관에 대한 감사가 혼재된 국감장이 온전하기란 어려울 듯 싶다. 이런 정도라면 해당 국정감사에서 무엇 하나 제대로 다뤄지는 것을 신기해야 할 판이다. 결국 국감이라는 국회 역할에 대한 구색갖추기에 겉치레로 끝나지 않을 까 걱정될 수 밖에 없다. 부디 이런 우려가 기우(杞憂)가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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