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해 수해를 입은 산척면 석천마을에서 수해 잔해를 수거하는 모습.
수해 관련 자료사진. /중부매일DB

지난해 충북 남부와 충남 금산, 전북 등에서 발생한 홍수피해에 대한 구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지 우려스럽다. 지난 7월 발표된 수해원인 조사결과,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았던 것에 이어 해당부처의 늑장대처로 분쟁조정이 늦어지고 있어서다. 피해구제를 맡고 있는 환경부가 지난달에 신청을 마무리하고 최근에서야 1차 조정기일을 확정했다. 당초 약속했던 올 6월까지 조정결정 완료는 고사하고 조정착수도 못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막고자 개정된 관련 법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주민들의 애간장만 타고 있다.

환경부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충청권과 남부지역의 댐 방류로 인한 홍수피해 규모는 5개 시·도의 15개 시·군, 8천여 가구에 이른다. 조정신청액만 3천700억원이 넘는다. 충남·북만 해도 1천267가구에 473억원 가량이다. 피해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은 수준으로 구제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에 따른 피해구제 분쟁조정 접수는 올 여름에 들어서서 이뤄졌고 본격적인 조정절차는 시작도 못했다. 게다가 수해원인에 대해 지자체와 주민들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조정이 쉽지 않을 듯 싶다.

분쟁조정에 대한 걱정은 이를 대하는 환경부의 자세에서 비롯된다. 보통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복구는 이듬해 예산에 사업비가 포함되면서 그림이 그려지고 설계 등을 거치면 1년 정도는 그냥 지나간다. 이번 홍수피해도 비슷한 경로를 거칠 수 밖에 없어 올 3월에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한 법 개정이 이뤄졌다. 이에 환경부도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빠른 처리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말뿐이라는 게 확인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이제 시작이며 그 끝은 미지수다.

신속히 처리할 이유가 충분하고, 약속까지 했다면 그에 맞는 대응을 했어야 한다. 한시적으로 인력과 예산을 늘려서라도 앞당겼어야 한다. 그게 행정기관의 책무이며 민(民)을 대하는 바른 자세일 것이다. 더구나 피해구제가 늦어지면 농가 등의 수습도 늦어진다. 건물, 농기계, 시설은 물론 농작물, 가축, 영업손실 등 피해는 광범위하다. 그런 만큼 수습도 쉽지 않다. 올핸 어쩔 수 없어도 최소한 내년 농사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조정절차는 속만 끓이는 수해민의 심정과 무관하게 진행될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절차가 늦어져 서둘다 보면 조정이 허술해질 여지가 많아진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홍수 원인에 지자체의 하천관리 부실을 포함시켜 선후관계를 무시한 책임소재 물타기라는 비난을 받은 만큼 해당 지역과 주민들은 조정의 공정성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그런 판에 조정이 부실하게 대충 이뤄진다면 되레 더 큰 화(禍)를 부르게 된다. 요구액에서 어느 정도 배상이 이뤄지느냐가 중요하지만 피해에 대한 책임도 그에 못지 않다. 1년 넘게 먹통인 분쟁조정이 늑장에 이어 부실이란 소리를 들어서야 되겠는가.

키워드

#사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