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착 난민 적응 위해 예산 늘리고, 지자체 적극 나서야"

13일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명년<br>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중부매일DB

〔중부매일 김홍민 기자〕우리 정부의 지원으로 특별기여자 390명이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해 진천 인재개발원에서 머물고 있는 가운데 향후 국내 난민 문제에 큰 영향을 미칠 '재정착 난민'의 우리 사회 적응을 위해서는 정부 예산지원을 늘리고, 지자체의 이주민 지원 제도에 이들을 포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민정책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재정착 난민의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과제' 보고서를 17일 내놓았다.

저자인 채보근 한국이민재단 연구위원은 "최근 정부가 아프간 출신 특별기여자 390명을 충북 진천에 우선 수용한다고 밝히자 지역 구성원이 엇갈린 반응을 보인 것을 고려하면 난민 문제는 이들의 초기 안착 여부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도록 정부·지자체·시민단체가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난민법을 시행한 한국은 2015년 24명을 시작으로 매년 30명 안팎의 재정착 난민을 수용해 왔다.

재정착 난민은 법무부 심사를 통해 국내 체류 인정을 받은 게 아닌, 유엔난민기구(UNHCR)의 추천을 받아 서류와 면접 심사를 거쳐 유입된 난민을 뜻한다.

지난해까지 7차례에 걸쳐 수용된 재정착 난민은 170여 명에 이른다.

이 중 2015∼2017년에 들어온 93명은 미얀마 소수민족으로, 인천 부평에 정착했다.

2018∼2020년 유입된 82명은 미얀마, 아프간, 이란 등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됐으며, 경기도 김포에 살고 있다.

재정착 난민을 수용하고 정착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민간단체나 개인 봉사자에 대한 의존성이 지나치게 높았던 반면에 지자체의 태도는 수동적이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채보근 연구위원은 "재정착 난민의 적응에 사회 각 구성원이 나서야 하는 이유는 이들의 적응 여부가 난민 체류 시스템의 향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 민간단체에 각각의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채 위원에 따르면 현재 우리 정부는 재정착 난민에게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를 통해 약 6개월간 기초생활 교육을 제공하지만, 사회로 진출한 이후에는 별도 지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재정착 난민 제도를 우리보다 앞서 도입한 유럽과 미국 등의 경우 이들이 지역사회에 정착하는 데 필요한 기간을 파악하고, 관련 예산을 확보해 지자체와 사회단체에 집행한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초기 정착 기간을 적어도 3∼5년으로 잡고, 이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채 위원은 강조했다.

그는 "지자체는 재정착 난민을 위한 별도 지원책을 마련하기보다는 기존 이주민 정책에 이들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이들을 (특별한 존재가 아닌) 새로운 유형의 이주민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각자의 명분과 열정을 바탕으로 활동했던 개인 활동가와 시민단체는 기존 방식을 버리고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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