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간의 권리에 관한 일을 하는 사회복지는 그 권리가 충돌할 때 윤리적 딜레마 상황에 놓이게 된다. 평소에도 겪는 소소한 갈등은 이미 사회복지사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기술, 실천 경험을 통해 지혜롭게 해결하지만, 극단적인 상황을 만나면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최근에 자문을 요청받았던 일은 정말 난제였다. 근로 능력이 있는 수급자를 서류 심사 후 일자리 사업단에 참가토록 했는데 알고 보니 성범죄자였다는 것. 전자발찌를 차고 다니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된 사업단 동료들은 하나같이 함께 일할 수 없다며 '내보내던지, 다른 사업단으로 옮겨 달라'고 민원을 제기한 사례였다.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는 사회복지 종사자로 취업을 할 수는 없지만, 근로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저소득층 일자리 사업단은 참여할 수 있다. 이때 사회복지사들은 그의 성범죄 전력을 알 수가 없다. 미리 알았다고 해도 성범죄자라 해서 그를 거절할 사유도 없는 게 현실이다. 관련 사업 지침 어디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으니 근거 없이 그를 사업단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

근로 능력이 있는 그가 사업단에서 제외되면 그는 생계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어서 공공에서 개입하겠지만 결국 근로를 해야만 생계비가 지원되는 조건부 제도에서는 그에 대한 생계비 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 그러다 그가 다시 사는 게 힘들어지면, 그는 또 다른 범죄를 범할지도 모를 일이다. 추측이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렇다고 사회복지사 개인이나 혹은 그가 속한 기관이 각종 민원을 다 받아 가면서 그를 끌고 갈 수도 없다. 이럴 때 우린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더 많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 그를 사업단에서 배제하는 것은 비교적 '공정'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히 사업단 참여 자격이 있는 그를 성범죄자라는 이유를 들어 중단시키는 것은 그에게서 자립의 기회를 빼앗아 버리는 것 아닌가. 그에게 이 결정은 분명한 차별이지만, 공익을 위한 것이니 차별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옳은가 하는 것이다. 차별당하는 사람은 있는데 차별을 한다는 사람은 없는 이런 상황이 딜레마다.

이렇게 따지고 들지만, 내가 실무자였어도 그를 사업단에서 배제했을 것이다. 한 사람을 위하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잃게 되면, 나와 기관 모두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니 말이다. 이 질문을 했던 기관도 결국은 그를 사업단에서 배제했고, 그의 자활을 돕기 위해 사회복지사는 그가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주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런 갈등이 생기게 되면 기관은 규정을 만들어간다. 정부가 제공하는 지침에 명시되지 않았으니 정부에 건의도 하고, 자체적으로 내부규정을 만들어 참여자들의 자격을 심의하게 된다. 규정이 만들어지면 규정대로 하면 되니 사회복지사의 고민이 줄어들 것 같지만 그 또한 잠시뿐이다. 사람이 사는 모습이 너무나 다양하기에 규정에 맞출 수 없거나 적절하지 않은 상황의 사람들은 현장 어디서나 존재한다. 그래서 규정을 지키는 것은 사회복지사의 의무지만, 규정대로 할 수 없는 것도 언제나 있다.

김현진 교수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공공의 이익을 위한 규정 준수는 중요한 가치지만 그 이전에 개인의 생명과 자기 결정 즉, 존엄의 가치가 고려되어야 한다. 존재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는 가치 말이다. 그가 자신의 이전 범죄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하고 생계비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은 그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된다. 마음에 안 들어도, 개인적 가치관과 맞지 않아도 그게 원칙이다. 우리가 내리는 결정이 당사자 중심이 아니라 기관이나 전문가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여전히 자신은 없지만, 고민은 나눠야 할 것 같았다. 기본권은 모두가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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